어디가 좋을까?
사실 필라테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요가를 세 달 했다. 직장 다니면서는 저녁에 근처 마트의 문화센터에서 필라테스 수업도 들었다. 요가는 이미 몇 번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요가와 비슷하다는 필라테스는 어떨까 싶었다.
비용이 저렴했다. 3개월에 9~10만 원 정도. 그리고 요가와 비슷했다. 요가매트만 한 장 깔고 스트레칭부터 하는 것들이 요가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사님은 다른 요일에는 요가를 가르치기도 했다. 오롯이 내 몸을 이용하는 동작을 할 때였다.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정수리 쪽으로 가는 동작에서 '이러다 목이 부러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강사님은 10명 정도 되는 수강생들을 앞에서 함께 동작을 하면서 지켜보았고, 개인별 티칭은 전혀 없었다.
내 몸이 다른 사람에 비해 뻣뻣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다른 운동보다는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이런 매트 필라테스는 목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더 수강을 하지 않게 됐다. 대신에 TV에서 보듯 큰 기구에서 하는 필라테스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다고 했다. 전문 센터를 알아보기 전에, 한 달씩 끊을 수 있는 스포츠 센터에 등록을 했다.
자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스포츠 센터에만 기구 필라테스가 있었다. 그나마 이 지역에서 가장 최신 센터라서 그 수업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화, 목 일주일에 두 번 오전 수업을 들었다. 기구는 두 종류가 있었다. 그때는 기구들의 이름도 몰랐는데, 지금 보니 리포머와 체어였다. 한 수업에 최대 6명이 들어가는 50분 수업이었다. 강사님은 한 명씩 자세를 잡아주면서 매번 새로운 수업을 진행했다. 가끔 볼이나 매트, 폼롤러를 이용했는데, 겨울에서 초봄으로 넘어가는 추운 날에도 땀이 흘러 손수건을 챙겼던 기억이 난다.
수업은 만족도가 높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정해진 시간에 다른 중요한 일이 생기면 그 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달에 8회를 하는데 11~12만 원이었다. 11만 원이라고 해도 1회에 1만 3천 원 정도가 된다. (게다가 스포츠 센터의 다른 수업과는 달리 다자녀 할인도 안 되는 수업이었다) 너무 아까웠다.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운동이 자연스레 밀렸다. 일단 다음 달 등록을 하지 않고 조금 쉬자고 했던 것이 거의 1년이 흘렀다.
원래 필라테스가 세계 대전 때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재활치료의 하나였다고 들었다. 필라테스라는 사람이 그것을 개발했고, 그래서 지금 명칭도 필라테스라고. 그 기원을 찾아보면서 '아, 이건 나 같은 불균형한 근골격을 가진 사람이 들어야 하는 거네?'라는 생각을 했다. 스포츠 센터에서 기구 필라테스가 어떤 운동인지를 확인했으니, 전문 센터도 가보고 싶었다.
한 동네에 사는 독서모임 회원 언니가 필라테스를 다니는데, 오픈 특가로 100회에 100만 원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오픈 특가였으니까 그 가격이었을 테니, 계산을 두드려도 일단 여유 돈이 없었다. 카드 할부를 해도 그 돈을 메꿀 상황이 아니었다. 실업급여는 끝났고, 목돈이 들어간 곳도 있었기 때문에 비상금도 없었다. 그렇다고 외벌이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투자해 달라는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 그때, 그 계비 사건으로 내 수중에 백만 원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어플을 이용해 날짜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가장 큰 장점이었다. 오전에 못 가면 오후나 저녁에, 오늘 못 가면 내일 갈 수 있는 일이었다. 스포츠 센터에서 시간을 못 맞춰서 날렸던 아쉬운 점이 모두 보완됐다.
상담을 받고 50회를 결제하는데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썼다. '아, 진짜 비싸구나'
대신 2회를 개인 PT로 해준단다. 2회는 1대 1, 나머지 48회를 1대 6 그룹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현금 혜택이 혹시 있는지 물어보니, 없는데 대신에 네이버 리뷰작성 시 그룹 1회를 추가로 줄 수 있다고 했다. '할게요'
스포츠 센터와 전문 센터의 그룹수업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제일 큰 것이 있다면 강도가 전문 센터가 더 높다는 점이다. 스포츠 센터에서는 정말 살랑살랑 운동했구나, 그런데도 힘들었는데?? 나는 전문 센터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