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업에서도 느껴본 적 있는가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센터는 어플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신청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곳이다.
날짜와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매력이다.
야심 차게 일주일에 두 번의 수업을 예약했다. 화, 목요일이나 월, 금요일 정도로.
이틀 연속은 좀 무리겠지, 하면서 예약을 했고, 첫 그룹 수업을 다녀왔다.
그리고 머리가 핑 도는 쓴맛을 보았다.
아침부터 몸에 있는 수분과 함께 멘탈도 탈탈 털린 느낌이었다.
어디 지팡이라도 있으면 짚고 가고 싶은 마음.
그때가 시작이었다.
다음 수업이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
사실 다른 운동에 비해 금액이 소소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빠진다면, 나의 커피 3잔을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페 사장도 아니지만 나의 기준은 커피)
‘가면 힘들겠지?’
‘다녀오면 죽겠지?’
‘오늘은 땀을 얼마나 흘릴까?’
‘하다가 손목이 아프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항상 흥미롭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걱정부터 몰려오는 이건 뭐지?
두려움이 있지만 꼭 안고 수업에 임한다.
심호흡을 하면서 동작을 따라 하고, 안 되는 동작을 애써본다.
강사님은 마지막에 조금 더 어려운 동작을 시킨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1부터 10까지가 이렇게 먼 일이었나.
10킬로는 달리는 느낌이다.
하다가 도저히 안 되는 동작은 적정선에서 타협을 한다.
강사님들은 처음에는 도와주시다가 곧 내 몸의 한계를 보시고는 눈감아주신다.
이런 사람 한 두 명이 아니었던 것처럼.
‘아, 아무튼 오늘도 오운완이다!!
수업이 끝나고 내 얼굴은 양껏 상기되어 있다.
땀을 흠뻑 흘리고, 순환이 안되던 혈관이 갑자기 뚫린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손수건으로 너무 많이 땀을 닦아서 그런 걸까,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층 가볍다.
평소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서 무겁다.
혈액순환도 잘 안되고 그래서 오른쪽 발이 왼쪽에 비해 항상 차갑다.
그런 다리가 왼쪽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가볍고 따뜻해진 느낌이다.
날아갈 것처럼 가벼우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50분의 (내 선에서는) 고강도의 운동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
어떤 수업을 들어도 두렵거나 인내심을 요하거나 개운함을 동시에 느껴보진 못했다.
운동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필라테스 운동을 통해 내 몸의 한계를 조금씩 부수고 있는 중이다. 40년 넘게 틀어진 몸에 겨우 50분 수업 몇 번했다고 달라질까, 잠시 시원한 거 말고 몸이 과연 달라지긴 할까?
어릴 적, 콩알탄이라는 게 있었다. 콩알만 한 크기에 얇은 종이로 쌓인 화약 같은 것.
바닥에 던지면 '딱'하고 터졌다.
그런 느낌이다. 아무 반응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콩알탄을 하염없이 던지는데 '딱' 소리 말고는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것.
그래도 한 곳에만 콩알탄을 계속 던진다면 언젠가는 콘크리트 바닥에도 티가 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던져야 할까.
지금 나이만큼 앞으로 운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생각해 본다.
40년을 꾸준히 운동을 한다면, 80대의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유연한 할머니가 되어있을까, 라떼는을 시전하며 운동을 전파하는 건강한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