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장비빨
어떤 운동을 시작하던지, 그에 맞는 복장이나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은 우선 내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땀 배출을 쉽게 해 준다거나, 몸의 움직임을 수월하게 해 준다거나 하는 등의 역할이다.
필라테스는 먼저 옷이 있다.
몸에 밀착하는 옷이 많은데, 어떤 근육을 쓰는지 보이기도 하고, 동작을 할 때 옷이 동작을 방해하지 않는 역할을 한다.
문화센터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를 할 때는 편안한 츄리닝에 반팔티를 입고 다녔다.
거기 오는 회원 대부분의 의상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간혹 필라테스복을 입고 오는 젊은 회원이 있었는데, 몸매가 되니까 입고 온다, 는 조용한 눈치들.
하지만 기구 필라테스에서는 모든 회원이 필라테스복을 필수로 입고 온다. 딱 한번 평범한 티셔츠를 입고 온 회원을 봤는데, 그래도 하의는 필라테스복이었다.
필라테스복은 기본이라서 그런지 센터에서는 '양말'에 대한 공지문이 붙어있었다.
'수업 시 토삭스 착용을 권합니다.'
간혹 맨발로 수업에 참여하는 분이 있어서 그런 공지를 붙여놓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쓰는 도구라서 위생상 맨발보다는 필라테스 양말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필라테스 양말이 미끄럼방지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기구에 발을 올리고 동작을 할 때, 미끄럼 방지 때문에 발이 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반 양말처럼 생긴 필라테스 양말은 양말 안에서 발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회원들이 발가락양말을 신고 온다.
스포츠센터에서 기구 필라테스를 하기 전, 당근에서 발가락양말을 샀다(운동을 빨리 그만둘 수도 있었기에). 발가락 부분이 없지만 구멍이 다섯 개가 있는 양말이었는데, 내 피부가 건조하다 보니 겨울에는 항상 로션을 발가락마다 꼼꼼하게 바르고 가야 했고, 여름에는 페디큐어를 하지 않는 발을 내놓기가 머쓱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발가락을 다 덮는 발가락 양말을 준비했다.
발가락을 다 덮는 양말이라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발가락 양말이라 근막이완 수업에서 발가락 사이사이 소도구를 끼워서 하는 동작도 부담이 없었다. 옆에 있는 회원은 발가락 없는 양말이라 양말을 구겨가며 스트레칭하는 모습이었다.
이건 개인마다 다르지만 내가 가끔 사용하는 용품이다.
원래 오른쪽 손목이 안 좋다. 손등 쪽 손목에 작은 물혹이 있다. 많이 사용할 때는 혹이 커져 물을 빼기도 했었는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통증이 없는 편이다. 그런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손목 보호대를 평소에도 자주 쓴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나 병원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런 오른쪽 손목이 아니라 왼쪽 손목도 안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왼쪽 손목은 오른쪽과 다르게 손바닥 쪽에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갑자기 생겼다. 뭐 갑자기는 아니겠지만 운동하다가 느끼기 시작했으니 갑자기다. 나는 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수근관 증후군이라는 손목터널 증후군의 증상이 이것이다.
카팔 터널 신드롬(carpal tunnel synd.)이라고 대학생 때부터 외우고 썼던 그 질병 말이다.
'아, 드디어 올게 왔구나'
필라테스에서는 밀고 당기는 동작, 손으로 지지하는 동작이 있는 편인데, 그럴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순간 속상했다. 또 하나의 질병 때문에 큰맘 먹고 시작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래서 손목 보호대와 테이핑을 함께 했다. 양쪽 손목에 테이핑을 감고 가거나, 한쪽씩 손목 보호대를 번갈아가며 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하다 보니 찌릿한 느낌이 안 나게끔 동작을 할 수 있게도 됐다.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내 필수품이다.
비 오듯 땀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한 명씩 낳을 때마다 땀이 약간씩 늘어나긴 했는데, 마흔이 되면서 땀구멍이 열렸다. 살이 쪄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하는데 필라테스를 통해서 땀이 많아진 것만은 확실해졌다. 어떤 날은 눈에 땀이 들어가서 눈을 못 뜰 때도 있었다.
손수건이 없는 회원이 땀을 뚝뚝 흘릴 땐, 강사님이 조용히 물티슈를 가져다주신다.
다른 회원들을 보면 스포츠타월을 갖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땀 때문에 머리밴드를 하는 분도 봤다. 반면에 전혀 땀이 흐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상태에 맞게 손수건을 갖고 다닐 수 있다.
스포츠 센터에서 수업을 들을 땐, '필라테스복장과 손수건, 물'이 필수 준비물로 공지됐다. 그래서 물을 매일 가지고 다녔는데, 사실 정수기가 있긴 하지만 스포츠센터가 넓다 보니 강의실과 거리가 좀 있었다.
필라테스 센터에도 정수기가 있다. 어떤 날은 수업이 끝나면 정수기 앞에 긴 줄이 있을 때도 있다. 너무 힘든 수업일 때는 강사님이 중간에 물 좀 마시고 오라고도 하신다. 물을 가지고 간 적은 손에 꼽는다. 스포츠센터보다 정수기 이용하는 일이 수월하기도 하고, 사실 나갈 때 까먹기도 한다.
가끔 이온음료를 들고 간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물이나 이온음료를 준비해 간 날에는 운동 후에 그렇게 목이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꼭 없을 때, 죽을 것 같단 말이지. 초반에는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집으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서 마셨다. 1+1이라서 두 손이 무겁게 왔던 기억도.
어떤 운동이든 머리카락 정리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구 필라테스는 스프링에 머리카락이 끼일 수도 있고, 땀이 흐르면서 얼굴에 붙어서 불편할 수 있다.
센터 탈의실에는 색색깔의 고무줄이 비치되어 있다.
대부분 회원들은 머리카락을 꽉 묶고 운동을 하는데, 간혹 어깨까지 내려오는 길이도 묶지 않고 수업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운동하면서 보니까 땀을 거의 안 흘리시는 분이더라. 그래도 혹시나 스프링에 끼일 수 있으니 묶으면 좋겠던데. 본인이 불편하면 묶겠지?
수영을 오래 다닌 지인은 수영복만 몇 개씩 있단다. 그냥 들으면 왜 수영복을 그렇게 살까? 싶었는데, 수영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수영복이 여러 개인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매일 입는 수영복이 예뻤으면 좋겠고, 입다 보면 불편하니까 다른 걸 사게 되고 뭐 그런 이유.
필라테스를 약 3개월 정도하고 나서 옷을 하나 더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운동 후 바로 빨고 다음에 또 입고하니 뭔가 목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입었던 레깅스는 너무 빛바래서 못 입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야 수영복을 여러 개 산다는 지인이 조금 이해되는 것 같다. 같은 운동을 몇 년씩 하는 사람은 당연히 장비가 여러 개 있겠구나 싶다. 그런 마음이 들면서 센터에 오는 사람들의 운동복을 살펴본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 디자인이 아니라 예쁜 것도 있다. 오호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