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들을까?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강사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강사는 자세를 잘 잡아주고 설명을 잘해주는 사람이다. 필라테스 용어를 다 알고 가는 회원은 적은 편일 테니, 강사들은 최대한 쉬운 말로 회원들에게 동작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처음 필라테스 일대일 수업을 했을 때, 사진으로 찍은 내 자세를 분석해 줬다. 그때 강사는 '회원님 무릎이 말려있고...'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무릎이 말려있다'라는 표현을 태어나서 처음 듣네?라는 생각을 했다. 말려있다는 게 무슨 이야기일까, 설명을 들으면서 이해하려고 했다. 그 말의 뜻은 무릎뼈가 안짱다리처럼 안쪽을 향해있다는 의미였다. 이후 모든 수업에서 '11자 골반 너비'로 설 때 '두 번째 발가락과 무릎이 일직선상'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의실마다 전신 거울이 있어서 내 무릎이 거울에 정면으로 보이는지도 확인하라고 했다. 확실히 그렇게 자세를 잡으니 스쿼트 등 하체운동을 할 때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수업 중 동작을 설명할 때, 회원들의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강사님들은 쉬운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고관절을 접어서'라고 이야기를 했다면 곧바로 '앞으로 약간 안녕하세요 하듯 숙여보세요'라고 설명해 주는 강사님이 있다. '팔을 외회전 해서'라고 한다면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게 해 보세요'라든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 지시하는 동작을 바르게,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강사님은 '손의 위치를 ASIS에 대고'라고 했다. 순간 사람들이 ASIS를 알아들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ASIS는 골반 앞쪽 상단에 튀어나온 뼈의 위치를 말한다. 허리띠 부분 약간 아래이다. 이 부분을 기준으로 움직임을 만들어 설명하는 동작이었다. 이 강사님이 어느 날은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주기도 했지만, 또 어떤 날은 설명 없이 용어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날도 있었다. 동작 자체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해부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었다면 갸우뚱했을 설명이었다.
병원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우리(치료사, 병원 관계자)끼리는 알고 있지만 환자들이 못 알아듣는 의학용어는 최대한 풀어서 설명을 했다. 테니스 엘보같이 외측상과염보다 더 알려진 병명도 있었지만,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일은 환자의 이해를 위한 일이었다. 간혹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환자의 기를 죽이려는 치료사들을 볼 때면 다들 '잘난 척하지 마라'라고 경고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을 필라테스 센터에서도 가끔 볼 수 있으니, 여러 가지가 오버랩된다.
어려운 용어를 쓴다고 유식해 보이진 않는다. 회원의 입장에서 유능한 강사는 회원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사람, 잘못된 동작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회원들에게 어렵게 설명하고 진도만 빼기 급급한 강사는 회원들이 그 수업을 신청하지 않는 걸로 눈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유난히 폐강이 많이 되는 강사, 항상 대기가 몇 명씩 있는 강사는 수업을 들어보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더라. 필라테스 강사님들을 보면서 나도 남에게 어려운 말을 곧잘 쓰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게 유식해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걸,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금 명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