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해주는 것과 내가 하는 것
선천성 사경을 갖고 태어났다. 아이가 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게 차이가 나는 걸 알아차린 엄마는 80년대 초, 소아과만 몇 곳을 쫓아다녔다고 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단다. 배운 게 없지만 아이의 이상함을 계속 느끼던 엄마는 동네에서 누군가가 '정형외과로 가봐라'는 말을 듣고 인근 정형외과로 아이를 둘러업고 갔고, 거기서 '선천성 사경'이라는 것과 이미 늦어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단다. 그때 나이 3살, 운동치료로 기형을 잡기에는 늦었던 나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아예 큰 병원으로 갔고, 거기서도 같은 말을 듣고 수술을 시켰다.
수술 후 갑옷 같은 보조기를 입고 다녔다. 운동치료는 엄마가 집에서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목에 수술자국을 갖고 살았다. 남들보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 수술한 목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지그재그로 몸이 안 좋은 것이 몸의 균형이 깨져서 그렇다는 것을 물리치료과에 입학해서 알았다.
20대부터 어깨, 골반, 발목, 손목 등이 아프기 시작했다. 목 디스크 증상과 허리 디스크 증상도 함께였다. 다리가 저리거나 한쪽 발이 유난히 차가웠고, 손이 저려서 필기를 오랜 시간 하지 못했다. 힘들었던 병원 업무는 괜찮은 곳까지 아프게 만들었고, 병원을 쉴 때도 글을 쓰거나 책을 보면서 목과 어깨, 손은 계속 아파왔다. 걷다가도 골반 부위가 갑자기 '뜨끔'하면서 걷지 못한 적도 있었다.
안동에 유명한 침방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창원에서 안동까지는 약 2시간 반이 걸린다. 다녀오려면 하루를 꼬박 비워야 했는데, 아픈 사람들끼리 모여서 안동에 침을 맞으러 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그런 장침은 처음이었는데, 짧은 것은 10센티, 긴 것은 15~20센티 정도였다. 나는 목에 주로 맞았고, 가끔 배에도 맞았다.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언제까지 침을 맞으러 다닐 순 없었다. 시간도 그렇지만 침을 안 맞았을 때 나의 몸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말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도 안동에 10회 이상을 다니고 나서였다. 함께 다녔던 한 대표님은 침 맞을 때보다 필라테스로 몇 년간 힘들었던 발의 통증을 다 잡았다고도 했다.
재미있는 운동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를 대신할 운동이었다. 그렇게 시기가 맞아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갈 때마다 운동은 힘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가면 갈수록 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나 필라테스 다니고 나서 어디 아프다는 이야기 잘 안 하지?'라고 물으니 그런 것 같다고.
약 2년 동안 병원 대신에 강의와 컴퓨터 앞에서 일을 많이 하면서 거북목이 더 심해지고, 어깨와 허리도 더 안 좋아졌다.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살이 찌고, 그로 인한 통증이 더 생겼다. 그런 부분을 필라테스를 하면서 많이 보완해주고 있는 셈이다. 안 쓰던 근육을 쓰고, 근력을 기르는 일,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들이 특히 목과 허리를 잡아주는 것 같다.
남이 해주는 치료보다 내가 하는 운동이 더 힘들다. 안 하고 싶고, 게으름 부리고 싶다. 그렇지만 운동을 하면서 힘들지 않으면 '내가 잘 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아프고 힘들어야 제대로 한 건데,라는 생각이 든다. 힘든 만큼 몸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
안동에 함께 침 맞으러 다니던 크루들과 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휴게소 들러서 간식도 사 먹는 재미는 없지만 혼자서 집 근처 필라테스 센터를 다니면서 땀 흘리고, 가끔 돌아올 때 저렴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다. 비 오기 전 항상 아프다고 하니 남편은 '기상청에 들어가라'며 놀리곤 했다. 아직 그 증상은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삶이 안온해졌다. 몸이 아프면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가 있어서 집중하지 못하는 일도 많고, 그로 인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살이 찌고 여름에 플랫슈즈와 샌들을 신고 다녔더니 족저근막염이 생겨 걷기가 불편해졌다. 병원에서 약을 먹으니 그때뿐이란 걸 깨닫고, 스스로 치료해 보고자 운동을 한다. 정말 찢어질 듯 아프지만 마사지 볼 위에서 발바닥을 마사지하고, 마사지 건으로 아킬레스와 종아리를 풀어준다. 신기하게도 하기 전 후의 통증이 (제일 아픈 것이 10이라고 할 때) 9에서 4 정도로 내려갔다. 필라테스 근막이완 수업을 신청해서 더 보완해 준다. 병원에서의 진통제와 체외충격파도 효과가 있겠지만, 일상에서 운동으로 해보고 싶다. 그렇게 몸을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