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유난히 뭔가를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일주일에 세 번은 운동을 가야지 수강권을 알뜰살뜰 다 쓸 수 있을 텐데, 라며 일단 예약을 해두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에누리 없이 일주일에 3회는 가야 한다는 계산값이 나왔다. 딱히 특별한 일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안 가고 싶다는 생각이 유난히 든 월요일 운동은 생각에 비해서 '역시 오길 잘했어!'라는 기분 좋은 마무리를 했다.
나머지 이틀의 운동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이번 주에 나 스스로 내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짜놓은 스케줄이었다. 1회 수강권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100회 말고 180회를 끊어두었으니, 이건 무조건 잘 다녀야 하는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주에는 근막이완 수업이 있는 날이 있어 그걸 하나 선택하고 바렐과 리포머 수업을 선택해서 구색을 맞췄다.
근막이완 수업이라도 전신을 다 하진 못한다. 이번에는 겨드랑이 부분이 없어서 집에서 따로 풀어줬다. '악'소리 나게 아프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알기 때문에 근막이완 수업이 무서우면서도 수업이 뜨면 항상 신청하는 편이다. 그렇게 2회를 출석했다.
이번 주의 마지막 수업은 리포머다. 리포머는 자주 선택하는 기구이고 강사님도 익숙한 분이다. 평소처럼 알려주는 동작을 하고,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보려고 했다. 모든 수업마다 중간에 어려워서 쉬는 것을 안 하고 이제는 버티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다.
리포머에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고관절을 펴는 동작을 할 건데, 힘든 사람은 양반다리를 하거나 다리 벌려서 앉으라고 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무릎 꿇은 자세를 했고, 나머지 두 명은 양반다리를 했다. 그 자세에서 척추만 약간 뒤로 젖히면서 스트랩을 당기는 동작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스프링이 노란색 하나만 걸려 있어서 굉장히 가벼웠다.
이 동작을 하기 전에도 계속 스트랩을 당기는 동작을 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스트랩을 당겼다. 순간 내 시선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옆에 계신 분이 '어머!' 하는 소리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 아 뭔가 잘 못 됐군.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스트랩을 꽉 잡고 있었다. 등이 리포머 프레임에 닿고 나서 엉덩이가 바닥에 닿았다. 강사님이 얼른 와서 '괜찮아요 괜찮아요'라며 일으켜줬다. 등이 약간 뻐근했지만, 나머지 수업은 그대로 따라갈 수 있었다. 강사님이 '그래도 다행히도 머리는 안 부딪혔어요'라고 하시는데, 뒤쪽에 있는 풋바(footbar)에 머리가 부딪힐 수도 있었겠다 싶어 아찔했다. 다른 동작을 봐주시면서 강사님은 '내일 몸이 많이 뻐근하실 수 있어요'라고 하신다.
내일이 아니라 당장 아파왔다. 척추 옆에 있는 왼쪽 허리 상단 근육에 프레임만큼 네모난 자국이 생겼다. 혼자서 손이 잘 닿지 않는 부분이라 파스도 못 붙이는 위치다. 집 근처에 있는 단골 미용실에 가서 원장님께 붙여달라고 할까,라는 생각도 잠시, 일단 누워서 좀 쉬었다.
스레드에 '리포머에 처박혔다'라는 내용을 올렸더니 필라테스 강사를 하는 쓰친이 동료 강사 수업에서 나와 같은 동작을 하다 앞으로 넘어진 회원이 입술이 찢어진 경우도 있었다며 위로해 준다. 스트랩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그랬을 거라고.
집에 와서 정신을 차리면서 어떻게 넘어졌을까 복기를 했다. 코어 힘이(복근) 약해서이기도 하지만, 쓰친의 말처럼 스트랩을 너무 세게 잡아당긴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정차된 차가 갑자기 출발할 때 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주에 가기 싫어하던 마음 때문인가, 집중을 못했나, 몇 개월 다녔다고 오만해졌나,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항상 처음처럼, 초보자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몸은 생각보다 많이 아프진 않은데, 손등이며 양쪽 팔꿈치 근처에 멍이 올라온다. 등에도 멍이 들 것 같긴 한데, 억지로 거울에 비춰본 등은 아직 별 표시가 없다. 3,4일 쉬었다가 초보자의 마음으로 다시 운동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