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몸의 세계
걷기만 하다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첫 시간. 일대일 수업의 시작은 누워서 숨쉬기였다.
-숨을 들이쉴 때, 갈비뼈가 확장이 되도록 해보세요. 내쉴 때는 앞쪽 갈비뼈가 가까워진다는 느낌으로요. 누구나 몸에 코르셋을 갖고 있는데요, 그게 이쪽 근육을 단단하게 할 때 코르셋을 입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냥 숨쉬기만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다음 날 힘든 운동을 했을 때처럼 몸통이 아팠다. 갈비뼈 사이의 근육을 잘 썼다는 의미라고 강사님은 말해줬다. 보통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숨쉬기 운동만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라테스 수업에서 숨쉬기를 해보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숨쉬기 운동은 그저 들숨과 날숨일 뿐이란 걸 알게 됐다.
리포머에서 누워서 하는 점핑보드 수업이 끝나고 그다음 날이 되었을 때는 종아리와 허벅지 앞쪽이 그렇게 아팠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이지 뜀뛰기를 한 시간 동안 한 것과 같은 효과다. 그렇게 뭉친 근육이 풀릴 때쯤 다른 수업을 들어가면 또 다음날 다른 근육이 말한다. '어제 운동 좀 했네?'
우리 몸이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하다고 느끼는 날들이다. 좋은 것을 먹으면 몸에도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안 하던 동작을 하면 그 동작을 이끌어내는 근육이 반응한다. 운동을 하는 만큼 근육이 단단해지고 무리하게 되면 쉬어가라는 신호를 준다. 정형외과에서 일할 때 특정부위가 아파서 오는 환자들을 보면서 '몸이 좀 쉬어달라는 신호예요'라고 설명을 많이 드렸다. 이제 좀 그만 충격을 주세요, 라며 붓고 열감이 나고 통증이 일어난다. 충분히 쉬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지만 한번 아팠던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어서 다시 무리하게 되면 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을 펼친다. '예전에 아팠던 곳에 다시 신호가 들어가네? 더 움직이면 큰일이니 지금 신호를 줘야겠다'
필라테스 수업에서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를 알려준다. 똑같이 네발기기 자세를 해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체간 신전을 할 때도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말이다. 특히 근골격계가 다양하게 안 좋은 나에게는 이런 코칭이 참 고맙다. 아픈 것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게 될까 봐 불안을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시 손목이 부을까 봐, 어깨가 아플까 봐, 허리와 골반, 발목이 그럴까봐, 해보고 싶은 운동을 포기한다면 이제 종착점은 아쿠아로빅과 수영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간 해보고 싶었던 운동을 포기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런 코칭이 가뭄의 단비와 같다.
오랜만에 운동을 가든, 자주 가든 오늘 운동한 곳은 자연스레 내일 자고 나면 티가 난다. 다리가 뭉쳐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편하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불편함이다. 이렇게 근육들이 자극받고 움직이고 있다고 몸은 또 한 번 내게 신호를 보내주고, 신호를 받은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긍정의 피드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