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부터 일을 하기 시작해서 그 일을 십 년 넘게 했고 지금도 그와 비슷한 직종의 일을 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에게 실망도 하게 되고 상처도 받게 되고 그 실망과 상처는 사람으로 인해 치유가 되기도 한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사람도 있고 다시 떠올려도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모두 내가 열심히 살았던 때의 공들인 시간 속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어서였을까 첫인상만으로 인사 몇 마디만으로 또는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고 끝까지 좋은 관계로 남을 사람인지 아닌 지가 보인다. 30년이 되어가는 동안 첫 만남에서 예의 없는 사람은 계속 힘든 관계를 유지하고 만남이 매듭지어질 때도 같은 태도이기에 더 오래가지 않고 끝내는 게 시원하기도 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매너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좋은 매너로 대했고 그런 관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점점 사람에 대한 기대를 안 하게 되고 헤어짐에도 유연해지고 미련이 남지 않게 되었다. 내 일의 특성상 나는 떠나보내고 남는 사람이었기에 빨리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일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람은 정말 바뀌지 않으며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언행을 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고 품위 있는 사람이 있다. 나이가 든다고 갑자기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너가 없는 사람은 매너를 익히지 못해 어려서부터 그래 왔을 것이고 품위가 있는 사람은 품위를 익혀 더 품위 있는 사람으로 익어는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사람은 정말 바뀌기 어려운 걸까? 바뀌지 않는 걸까?라는 물음을 나에게 자주 하곤 한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불편함이기에 이제 와서 굳이 귀찮게 바꾸고 변화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사람을 변화하지 않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나를 보며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절실함에 따라 변화의 깊이는 달라질 것이다. 물론 나도 더 변화하고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어렵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갈 수 있고 바꿀 수 있는데 변화가 귀찮고 두려워서 불편함에 익숙해진 현재에 머물며 그곳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