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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reestory Nov 24. 2023

엄만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엄마야!

You are meanest mummy ever!


또 부딪혔다.


우주인 아이와 한국 사람 엄마가.

한바탕 속에서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성이 난다.


속에서 비명이 질러진다. 내가 없으면, 내가 없으면-! 얼마나 너가 거친 바람을 맞게 될 것 같은지- 억울한 마음으로 지르다 황급히 갈무리 한다. 그녀의 나쁜 마음이 혹여라도 비어져 나와, 이리저리 치이는 아이에게 휘감겨 들까봐.


그 생각, 마음과 말이 그냥 물러가면 나쁨이 아닐 것이다.비열히 그녀를 조롱하고 희롱한다.


억울했다.

구차해진다.


 첫 아이는 2년, 둘째 또한 모유수유를 1년하고도 반을 했었다.

무엇이든 잘 먹는 첫째와 까탈스럽고 입짧은 둘째를 위해 그녀의 손은 여유를 잊어버렸다.

새롭게 가보고 싶은 곳이 많고, 그만큼 어디든 즐겁게 참여하는 첫째와 가고 싶어 하면서도 투털대고 재멋대로 행동하는 둘째. 그들의 시간들이 부디 무탈하길 바라며 살뜰히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들고 다녔다.


사실은, 그녀가 인정받고 싶었던, 수고들을 나열해 본다.그녀는,어쩌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는 소리를 정기적으로 듣는 엄마가 되었을까.


물 한컵이라도 어린 아이의 손을 빌어 얻는다면 고마움을 표했고, 그녀가 배우지 못한 언어들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귀기울여 왔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 잘 하는 것 힘들어 하는 것들을 지지하고 또 놓아주려 노력하는데.

그로 인해 여자와 남자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해왔는지 모르는 우주인.


당연한데 너무하다.

뾰족가시 말뽑아내도 뽁.나버린 구멍이 서글프다.

매일같이 아이가 퍼붓는 모난 말들이. 내일도 이어질 것을 알기에 쉽사리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내일도 그녀는, 아이에게 밥을 먹어야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밥을 먹고 난 후엔 이를 닦아야 함을. 숙제를 하고 가방을 챙겨야 함을. 서랍안의 물건들을 수시 꺼내 늘어놨으면, 가져다도 놓아야 하는 일상의 규칙을 가르치려 할 것이다.

해야 할일을 위해 몸 움직이는게 오래 걸리는 아이는 짜증이 솟아, 엄마인 그녀에게 본인이 찾을 수 있는 미운 말을 다 던질 것이 선하다.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그녀는, 우주인 아이에게 하루에 수십번도 더 무찔러야 하는 적군의 선장이 되어버린다.


그 근처에서 자기 할일을 하던 딸아이는, 소란통에 속상함을 꺼낸 후 발 소리를 크게 내며 방으로 쿵쿵 걸어갈 것이며, 영국인 남편은 큰 소리들로 감정을 표현하는 이 셋에게 날카로운 말들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한바탕 속상함에 오장육부가 흔들 린 것 같음에 정신이 얼얼해지겠지.

평온한 하루의 시작과 맺음을 잊어가게 만드는 것이. 일에 치인 남편도, 사춘기에 접어드는 큰 아이도 아닌 이 작은 아이라는 게 매일같이,새삼 놀랍다. 거창하고 대단한 일들이 아닌 아주 소소한,일어나 먹고 씻고 옷입는 또는 물건을 꺼내거나 집어넣는 또는 셀 수없이 꺼내오는 물건들 중 반이라도 가져다 놓도록 가르치는 일들이라니. 놀랍다.


                                 하지만 잔인한 사실

                  사랑은 더 하는이가 약자인 세상 법칙


억울하고 분하지만 그녀는 이길 수가 없다.

그녀의 사랑이 평가절하 되어 기가 차도.

열심히 하는 사랑이 매몰차게 내여쳐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는 굴레에 빠진 약자. 엄마가 되어버린 그녀다.


마음이 미처 추슬러지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영양은 들어갔으면서도, 쉽게 먹을수 있을 것같은 메뉴를 준비하며 아이를 기다린다.

발 다치지 않도록, 혹여나 다 줍지 못한 장난감이 있을까 찬찬히 아이의 예상 경로길을 다나며 체크하고, 오후의 운동장비들을 챙긴다.

피곤한 기색도 지우고, 따듯한 차 한잔도 마신 후

아이를 기다린다.

아이가 오면 또 반복될 일들을 알기에 물배가 서서히 차올라도 입술이 마른다.


그녀는 사랑의 굴레에 빠진 약자이자 엄마.

오늘도 훈련를 시키고, 내뱉는 신음을  받아줄 엄마.

이 나쁜 엄마가 없을 곳들과 시간에, 조금이라도 아이가 더 세상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길. 정말 이 나쁜 엄마가 없어도. 없어서 더 잘 살 수 있는 날들이 오길.

주변의 이들에게 피하고 싶은 이가 아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이가 되길. 그럴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엄마라 오늘 백번을 불려도.

아이야,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게.


우주인 아이와 지구에서 살고 싶은 한국엄마는

오늘도 나쁜 엄마 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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