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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reestory Nov 23. 2023

차가운 아침

곧 해가 뜨고, 덥혀줄 거야. 그때까지만 옷깃을 더 여며볼까


쌀쌀해지는 계절이건만, 아이들의 등원을 완료하고 나니 온몸에 열이 돈다. 욕실로 가 외출 준비를 한다.

개운해진 몸에 외출복을 걸치고 트램역으로 가는 길.

아이들 없이 외출시 걸치는 옷은, 저항없이 찬 공기를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이제 1교시를 마쳤을 시간.슈퍼마켓에서는,한차례 부지런한 고객들이 지나갔을 시간.여유를 파는 공간들은 아직 문 열기 전.그런 시간.

트램에서 내려,지인과의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이들 하교하는 정오까지 집에 돌아가야 하는 그녀에겐,시내에서 차한잔 지인과 마실 수 있는 두시간 남짓한 시간이 있다.오랜만에 만나는 지인. 발걸음을 서둘러야, 헤어질 때의 아쉬움이 덜할 것이다.

서로의 첫 자녀들은 학년이 같고, 딸들이다. 아들딸 구분없는 세상이라지만, 엄마들은 수다의 양으로 구분되는 것 같다. 또래 딸들을 둔 엄마들은 늘 할 이야기가 많다.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서둘러야 하건만, 자꾸 느려진다.


지인에게, 오늘 그녀는 첫째 딸아이가 아닌 둘째 아이이야기를 할 참이다. 근래 받은 검사들과 진행, 진단결과들을 얘기 할 생각이지만 정리되지 않는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도 이야기 꺼내는 것을 미룰 생각은 없다. 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인과 그녀는 서로의 임신 출산 육아를 곁에서 보았다. 서로를 안다. 그래서 용기를 내본다. 아이의 장애를 말할 때, 그녀의 눈을 보며 들어줄 지인. 외면이 아닌 위로와 격렬 해줄, 마음이 깊은 지인임을 안다. 알기에 지인 찬스를 쓸 것이다.


아이가 다니고 다닐 기관들과 선생님들께,학부모님들에게 상황과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내 아이가 일반적이지 않아 생기는 마찰에 죄송해하고,받아들여 줌에 감사하는표현을,그녀는 연습해야 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머릿속 시물레이션이 아닌 실전의 첫 걸음을, 지인의 따스한 눈빛앞에 힘내어 내딛어 볼 것이다. 

지인이 아니라면, 첫경험이 더 어려워질 것임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안다.


공기가 차다.

약속한 장소에 어서 도착해야 할텐데. 따듯한 커피나 차를, 그보다 더 따스한 지인과 하고프다.

이 계절들어 유달리 차게 느껴지지만, 점차 더 추워지겠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서늘히 느껴지니, 오늘 이후, 다음 만남에는 확실히 더 추워져 있을 것이다.하지만 바람이 서늘히 그녀의 목을 스치면,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더 추워지면 스카프도 두르고, 장갑모자도 껴입고.


아이들을 둔 부모는, 세월에게서 잘 배운다.

차가운 아침 후, 날이 갤수도 흐릴 수도 있음을.

하지만 비가 오든,눈이 오든 어느날이라도 해는 뜰것이고 그 날을 또 다시 덥혀줄 것을. 어둠만 이어지지 않는데, 영원히 추울 수만은 없음을 부모가 되기 전에도 잘 배우지 않았는 가.


집에 돌아갈 때쯤이면,날 참 좋게 데워져있을 것같다고 짐작해 본다.



이제 문 앞. 여자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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