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기적 같은 나날들 Ep.2
우리 집 강아지 겨울이가 피부병을 호되게 앓고 있는데 회복 속도가 영 예전만 못하다. 겨울이도 벌써 사람 나이로 50세가 넘었단다. 정정할 것만 같았던 선녀 할머니, 희택 할머니는 연세만큼의 속도로 나이를 잡수시는 것 같다. 할머니의 두 다리로 나즈막한 산길을 걷는 것에 감탄하면서도 행여나 도랑에 빠지지 않을까,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당신들이 어린 손녀의 양손을 잡아주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팔짱을 낀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이별을 목전에 두고 하루하루 무뎌지는 연습을 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평범한 손 인사에도 자꾸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한다. 5일간 강릉에 머물며 별일 없이 참 많이도 울었는데, 이 애틋함을 가지고 서울에서도 부지런히 사랑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창밖은 지금 개구리가 쉴 새 없이 울고 간간이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시골에서 들었던 소리 그대로이다. 생애도 개구리, 소쩍새 울음소리처럼 언제나 그대로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2021.5.9 나의 고향 강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