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주변에서 ‘꼰대 test’를 해보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본인은 절대로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꼰대’라는 어감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지만, 어느 때부터 자주 접하게 되었다. 필자가 신입사원이었을 때에도 꼰대 상사가 존재했다. 요즘보다 더 심하게 더 많은 분이 해당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꼰대’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경직된 조직 분위기에 묻혀서 당연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의 일터에서는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민주화의 진전, 정보 접근성 확대, 높아진 시민의식 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갈증이 어느 순간 터지기 시작했다. 인내의 시간과 깊이가 깊을수록 반발력이 한층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해서 상대방의 이해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은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더 높일 가능성이 커진다. 갈등의 악순환이 점점 세지게 된다. 이와 같이 관계에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권리 주장이나 all or nothing 같은 이분법적 접근방식은 상호 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과거의 일터에서 모자란 부분이 많았으나, 현재의 일터에서 지나친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는 차원을 넘어서, 당면한 문제를 취합·정리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그동안 노동자나 사용자가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였다면, 이제는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할 시점이다.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아서 일터에서의 정반합(正反合)을 이뤄야 한다.
일터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곰’이라는 개념이 활용할 수 있다. 라곰은 스웨덴 어로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과 같이 ‘균형’을 뜻하는 말로,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의 경향이다. 동양철학에서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를 말하는 ‘중용(中庸)’과 비슷한 개념이다
라곰한 시각에 대한 예를 들어보면, A와 동료 B는 건강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A는 타고난 체질 덕분에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잦은 음주/흡연은 기본이고,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건강검진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빠져나간다. 반면에 B는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십여 개의 영양제는 꼭 챙겨 먹는다. 회사에 덤벨(아령)을 갖다 놓고, 근무시간 짬짬이 운동을 한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로 지불한다. 대책 없이 사는 A를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위 사례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한 것으로 ‘무관심 VS 과민성’의 대립구조이다. A는 건강관리의 중요성에 비해 모자란 상태이고, B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상태이다. 건강에 대해 라곰한 상태는 근무시간 중에 운동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은 꼭 받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사용자는 노동을 착취하지 않지만 자선사업이 아닌 한 경영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노동자는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회사 내 규율을 준수해야 한다. 권리 주장은 적극적으로 의무 이행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의무가 나란히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모습이 라곰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라곰한 일터’는 기계적인 또는 물리적 중간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 상황에 따라서 균형점이 달라질 수 있고, 개별 노동자의 가치관이나 선호도에 따라서 라곰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노동자 없이 무인 사업장으로 운영하거나 사용자로부터 독립하여 1인 노동자로 일할 것이 아니라면,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접점을 찾기 위한 미세조정(Fine tuning)을 해야 한다. 라곰이라는 개념은 노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일 뿐만 아니라 접근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