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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리 Nov 30. 2019

일하기 좋은 회사는 BSC가 높다

기업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는 성과관리 방법인 BSC(Balanced Score Card)는 재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관점에서 성과지표를 도출하여 관리한다.  BSC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성과도 높다.  사용자의 균형 지표와 마찬가지로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를 판단할 때 BSC관점을 활용할 수 있다.  


노동자의 BSC는 임금수준, 경영진, 근로환경, 근속기간이다.  노동자는 취업할 때 BSC가 좋은 회사를 선택해야 하고, 재직 시에는 BSC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의 성과관리와 마찬가지로 어느 하나의 관점만 치우쳐서는 안 되며, 4개 요소의 균형이 맞아야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1.  임금 수준

    회사별 임금수준에 대해서는 채용공고에 제시한 금액 이외에도 개별회사의 연봉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이 늘어나서 입사하기 전에도 대략적인 임금수준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임금수준이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회사에 입사할 때 현재의 임금수준만 보고 결정하였는데, 그 때 임금이 피크(Peak)였던 적이 있다.  회사를 1~2년만 다닐 것이 아니라면 미래의 임금수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임금 지급여력을 추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 임금총액 ÷ 매출총액 × 100
- 노동 분배율: 임금총액 ÷ (임금총액 + 영업 잉여) × 100
- 인당 영업이익: 영업이익/노동자 수    

이중 인건비율이나 노동분배율은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격차가 크기에 비율이 높은 회사가 노동자에게 좋은 회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동자 1인당 영업이익이 높은 회사는 임금 지급여력이 높기에, 현재는 물론 미래의 임금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2.  경영진(CE0)

필자가 회사를 다닐 때는 대표이사와 독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직원 수가 많고, 실무자로 일했기에 그냥 먼발치에서 CEO를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서 컨설턴트로 때론 노무사로 활동을 하면서 수 백명의 대표이사를 만났다.  정확한 data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대표이사의 성향이 조직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회사의 실적과도 관련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었다.       

   

5G 선도 기업으로 촉망을 받는 전자부품 제조사 K사의 대표자는 업계 리더로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  그러나 K사는 1년이 멀다고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지난 10여 년간 수 천명이 K사를 떠나는 동안 대표자는 변경되지 않았다.  K사 대표자에게 직원은 언제든지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과 크게 다르게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방문한 경기도 부천의 V사의 현관에 들어서자 사훈 같은 느낌이 풍기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사는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고 적혀있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압박하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협력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한편, 노동자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대표자도 있다.  며칠 전 만나던 중소기업 대표자는 거침없이 “요즘 애새끼들은 잘해줘도 고마운 줄 모른다.”라고 말했다.  하마터면 대표자의 자제분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줄 오해할 뻔했다.  


반면에 J사의 컨설팅을 할 때 만났던 K 대표이사는 첫인상부터 편안했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합리적인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자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회사 분위기도 활기가 넘쳤다.  컨설팅이 끝나고 몇 년 후 회사의 동정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그동안 회사의 주가가 10배 가까이 올랐다.


구직자들이 많이 찾는 잡플래닛 jobplanet.co.kr 이라는 사이트에서 기업평가 요소 중 하나로 ‘CEO 지지율’이라는 항목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을 검색해 보니 신기하게도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대표자가 인사평가를 통해 직원들을 평가하였으나, 이제는 다수의 재직자 또는 퇴직한 직원이 대표자를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 평가점수가 높은 회사에 우수인재가 몰리고 회사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를 원하는 대표자는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의 인격은 5점 만점에 몇 점인지를.

            대표자의 인격 = 기업의 가치


3.  근로환경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인데, 퇴사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떠나는 경우가 많다.  회사나 노동자의 외형은 그대로이지만 노동자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시절 Y인사팀장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사직서에 기재한 퇴사사유를 믿지 마라. 직원들이 퇴사하는 이유는 본인의 반경 30m 이내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조금 단정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나 근무환경의 문제로 인해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구직자가 회사를 고를 때 1순위는 잘 나가는 회사(네임 밸류나 연봉이 높은 회사) 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 보면 주변 동료나 조직 분위기가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근무환경이 본인 성향과 맞지 않는다면,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어렵다.  따라서 잘 나가는 회사보다 본인과 잘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이 좋다.  이는 외부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입사해서 근무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뷔페에서 골라 먹듯이 회사를 쇼핑하러 다닐 수는 없다.  입사 시 신중하게 선택하고, 입사 후 2~3년간 적응기에는 주변 환경에 맞춰가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직장 내 괴롭힘’ 이란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로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이 없는 회사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이 좋은 회사인 셈이다.


근로조건(임금, 근로시간 등)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지만,
근로환경(인간관계, 조직문화 등)은 회사를 다니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만든다.


  4. 근속기간

필자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이직을 하였다.  대부분은 기업의 경영난, 구조조정 등이 이유였다. 2000년 전후 경제 위기를 비껴가지 못하고 온몸으로 느꼈다.  어쩌면 그 시절 느꼈던 고용 불안이 ‘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계기가 되었고, 지금의 고객인 퇴사한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필자와 비슷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도 대부분 몇 번씩 회사를 옮겼지만, 개중에는 첫 번째 회사를 20년 이상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입사할 때는 A가 입사한 회사가 대기업이다.  B가 다니는 회사의 급여가 높다 등으로 누가 취업을 잘했는지를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회사란 규모가 크거나 급여수준이 높은 회사가 아니라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여성의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기에 회사 내에서 흰머리 여성 노동자가 많은 회사가 일하기 좋은 회사다.


우리나라의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5.83년은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OECD 평균 근속기간은 9.27년이다.  취업사이트의 구인광고는 회사의 장밋빛 비전과 높은 연봉수준을 내세워서 구직자를 유혹한다.  잠시 머무르는 회사를 찾은 것이 아니라면, 회사가 보여주는 외형적인 수치 외에 직원의 이직률이나 평균 근속기간을 살펴봐야 한다. 


‘크레딧잡’과 같은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이직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직률은 1년간 퇴사자 수를 총인원 수로 나눈 수치로, 정년퇴직 등 기타 사유로 퇴사하는 경우까지 포함되어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직률과 더불어 평균 근속기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상장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전자공시시스템 http://dart.fss.or.kr 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65일 상시 채용하는 회사는 잘 나가는 회사다.  회사의 실적이 잘 나가거나,    노동자가 잘 나가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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