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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리 Dec 05. 2019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며칠 전 M 프랜차이즈 매장의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매장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수습기간이 갓 지난 직원과 면담을 하던 중 “그렇게 일할 거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라는 말을 하였고, 해당 직원은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매니저는 제대로 일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만둬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실무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잘해보려고 대화를 시도하다가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고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 경우다.  최근에 노동자가 홧김에 “그만두겠다”라고 말한 것을 이유로 회사에서 즉각적인 퇴직 처리한 것은 무효라는 판례가 나왔다.  사건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 개요>

S팀장: “승진과 연봉을 인상해주세요.”

대표: “승진은 어렵고 연봉 인상은 생각해보겠다.”


그로부터 며칠 후

대표: “인사 및 연봉에 불만이 있어 관리자급인 팀장으로서 역할 수행이 적절하지 않으니 팀원으로 일해달라.”

S팀장: 그건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릅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그만두겠습니다.

해당 팀장은 이틀간의 휴가를 갔고, 회사는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사내에 공지하고,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


휴가에서 복귀 후 

S팀장: “퇴사하지 않겠습니다. 회사의 발령은 부당합니다.”

대표: “본인이 자발적으로 퇴사 의사를 밝혔으니, 더 이상 출근할 필요가 없다.”


<판결요지>

감정적 대응을 마치 진정한 사직 의사표시로 취급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해고로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이다.(2018나 2034962)

    필자는 사용자나 노동자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제삼자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말이지만, 분 초를 다투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 집 초딩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빠, 핸드폰이 랙(lag) 걸렸나 봐? 잘 안되네” 이 말을 들을 때면 애들이 랙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말을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일터에서 lag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사례에서 S팀장이 홧김에 감정에 치우쳐서 대응하는 것을 lag 걸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PC나 핸드폰이 lag에 걸렸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이다.  노사 간 대화나 협상과정에서 상대방이 1의 강도로 얘기하면 나는 2로 받아치고, 그러면 상대방은 3으로 다시 나는 4로 힘주어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언성만 높아지고 후회할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것을 알아챈 순간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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