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한철인학교

딸랑구,  철인3종을 시작하다

by 아서훈 Feb 26. 2020

  내가 처음 철인3종에 관심을 갖은것은 2012년 가을이었다. 2년 전부터 하프 마라톤 대회는 꾸준히 출전을 하고 달리기에 한참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KBS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에서 철인3종 경기에 도전을 하는 과정이 방영되었다. 마라톤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시작했는데 나와 참 인연이 많은 프로그램 같다. 철인3종은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막연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철인 3종은 수영, 자전거, 달리기의 세 가지 종목을 한꺼번에 하는 경기인데, 수영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대회장이 큰 호수나 강, 바다 근처에서 진행이 된다. 그리고 자전거를 가지고 가야 하고, 종목도 다양하다 보니 짐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혼자 출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대부분 철인 동호회에 가입하여 단체로 훈련을 하고 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당시 회사 동료 중에 철인3종 훈련을 센터에서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개를 받았다. 서울 강북 노원구에 위치한 대한철인학교였다. 주말에 차를 가지고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을 찾아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대한철인학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아계신 선생님께서 왜 철인3종을 하려고 하냐고 물어보셨다. "힘들겠지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뤄냈을 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더니 당장 수업을 시작하자고 하셨다. 그날부터 매주 토요일 철인3종 훈련이 시작되었다. 


  6개월 후 철인3종 올림픽 코스 완주를 목표로 훈련을 시작하였다. 철인3종 경기는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을 요구하는 경기로 197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킬로미터, 자전거 40킬로미터, 달리기 10킬로미터의 코스이다. 자전거와 달리기는 자신이 있었는데 수영은 처음 훈련을 시작할 당시 25미터 레인을 겨우 왕복하는 수준이었다. 1.5 킬로미터면 25미터 레인을 30바퀴 왕복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수영만이 아니었다. 자전거도 그동안은 MTB. 산악용 자전거를 탔었는데, 철인3종은 로드 사이클을 타야 하며 자세도 다르고 신발도 사이클 전용 슈즈를 착용해 적응을 해야 했다. 연습을 시작한 시기가 겨울이라 실내에서 자전거 롤러를 이용하여 훈련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 4월. 약 5개월간의 훈련을 하고 듀애슬론 대회에 출전을 하였다. 듀애슬론 대회란 수영 대신 달리기를 5킬로미터 하는 종목이다. 수영이 없어 도심에서도 대회를 치를 수 있어 철인3종 대회에 나가기 전 듀애슬론 대회에 나가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대회 당일 실내에서만 자전거 훈련을 하고 실외에는 처음 자전거를 가지고 나왔다. 대회라기보다는 훈련의 목적이 더 컸다. 배번에 맞게 내 자리를 찾아 자전거를 거치하고 자전거 관련 물품들을 바구니에 정리 해 둔다. 그리고 출발. 제일 약한 수영 종목이 없어서 제한시간 3시간 30분 안에는 충분히 들어오면서 대회를 마쳤다. 그리고 2개월 후 드디어 철인3종 대회에 출전을 한다. 올림픽 코스 대회 시기가 안 맞아 철인3종 하프코스로 첫 대회를 치른다. 아이언맨코스라고 불리는 철인3종 풀코스는 수영 3.8킬로미터, 자전거 180.2킬로미터, 달리기 42.195킬로미터를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한다. 하프코스란 아이언맨 코스의 반을 말한다. 올림픽 코스도 안 해봤는데 선생님께서는 무조건 가능하다고 하신다. 전라남도 신안에서 열린 나의 첫 철인3종대회. 7시간 가까운 시간으로 무사히 완주하였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대회 내내 같이 뛰어주신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다.  


  지금까지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한 것은 두 번이다. 15시간 가까이 운동을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다. 물론 그전에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한 달 전부터 체중을 조절해야 하고 식단도 관리해야 한다. 2015년 여주 대회를 준비할 때는 한 달 만에 5킬로그램을 감량했었다. 3.8 킬로미터의 수영은 2시간을 물속에 있어야 한다. 수영은 하위권이라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한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그래도 출발하지 못한 자전거가 아직 6대가 보였다. 바꿈터에서 자전거 복장으로 갈아입고 자전거 시작을 하였다. 식사는 미리 준비해 간 음식을 대회 측에 전달하면 별도의 장소에 보관을 해주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알아서 먹어야 한다. 8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타면서는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중에서 딸아이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여기서 포기하면 딸아이가 실망을 할 것 같아 정말 눈물 몇 방울 흘리고 끝까지 180.2 킬로미터를 탔다. 달리기를 시작한 시간은 오후 5시쯤 되어서다. 아침 7시에 시작한 대회는 저녁 12시까지가 컷오프이다. 7시간이 남은 상황이라 완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반수면 상태로 6시간을 달려 드디어 눈앞에 결승선이 보인다. 수영만 일단 통과하자 생각했고, 15시간 안에만 완주하자 생각했었는데 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묵직한 완주 메달을 받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해냈구나. 철인3종은 완주가 곧 성공이다.



철인 듀애슬론 코스 : 달리기 1.5킬로미터 + 자전거 40킬로미터 + 달리기 10킬로미터 = 3시간 30분
철인3종 올림픽 코스 : 수영 1.5킬로미터 + 자전거 40킬로미터 + 달리기 10킬로미터 = 3시간 30분
철인3종 하프 코스 : 수영 1.9킬로미터 + 자전거 90킬로미터 + 달리기 21.0975킬로미터 = 8시간
철인3종 아이언맨 코스 : 수영 3.8킬로미터 + 자전거 180.2킬로미터 + 달리기 42.195 킬로미터 = 17시간




  2016년 딸아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한철인학교 토요일반에 접수를 하였다. 대한철인학교는 패밀리 스포츠를 추구한다. 나와 같이 아빠가 운동을 하다가 아이와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운동을 하다가 엄마나 아빠, 혹은 가족 모두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딸아이의 목표는 10월에 열리는 울진 철인3종대회 완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안전상, 자전거 종목은 빠지고 수영과 달리기만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3가지 종목 모두 시작한 지 1년 이상이 되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다. 매주 아빠와 함께 편도 2시간의 거리로 토요일 수영을 배우고 달리기를 연습한다. 대회 나가기 2주일 전 한강 오픈워터 적응훈련을 마치고 울진으로 향한다. 울진 철인대회는 1년 중 마지막 대회이다. 대회 전날 밤에는 철인의 밤 행사로 다양한 음식들이 바닷가에 차려진다. 대게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고 오징어, 떡국, 라면, 생선구이 등 무제한으로 음식이 제공되며 축제와 같다. 각 지역에서 모인 철인들이 사투리를 섞어가며 장기자랑을 하고 아이들을 위한 게임과 선물도 나눠준다.



  대회 당일 5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대회 준비를 한다. 어린 출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수영과 달리기만 있어서 수영 용품은 몸에 지참하고 달리기 용품을 자신의 바구니에 잘 정리해둔다. 수영 100미터, 달리기 500미터이지만 늦가을 파도도 심한 차가운 바다에 1학년 아이가 뛰어든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걱정했던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로 돌아와 운동화를 신고 배번을 차고 달리기로 전환하여 뛰어 나간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아 골인. 제14회 전국 울진트라이애슬론대회 초등부 1학년 1위를 하였다. 나도 경기를 뛰어서 골인 장면은 직접 보지 못 했지만 아빠가 골인했을 때 상장을 들고 달려오는 딸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입상을 해서가 아니라 힘든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해낸 것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컸다. 이렇게 딸아이의 철인3종 입문은 시작되었다. 



철인3종 경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바꿈터에 있으면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수영을 하러 출발을 하고 시간이 되면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로 나온다. 그리고 자전거 종목으로 전환을 한다. 수영 슈트를 벗고 자전거 슈즈를 신고 헬멧과 고글을 쓰고 자전거를 가지고 자전거 출발점으로 간다. 그리고 자전거를 마치고 다시 바꿈터로 돌아와 달리기 종목으로 전환한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뛰어나간다. 장거리 코스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올림픽코스의 경우 바꿈터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종목을 하는 것보다 힘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더 재미있다. 거리에 따라서 아이들도 할 수 있고 엄마, 아빠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이 철인3종이다. 좋은 기록을 내려고 하지는 않지만 제한 시간 안에 완주를 목표로 평생 딸과 함께 이 운동을 할 것이다. 딸이 아빠 말을 언제까지 들어줄지 모르지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