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을 위하여
오늘 문득 마음이 전하는 온기의 확장성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전한 마음이 나에게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며 어떠한 마음이 꼭 전해준 이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당신이 물어봐 주었던 “밥은 챙겨 먹었어?”라는 말의 온기가 내 귀로 들어가 나를 배부르게 했고 그 말은 다시 내 입으로부터 누군가의 귀로 들어가 누군가의 하루를 배부르게 했던 것처럼.
그렇게 본다면 허기는 때로 온기의 부재에 있다. 그러나 부재는 소멸이 아니라는 점에서 허기는 다시 채워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허기를 느끼는 것은 때때로 온기의 부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은 꺼지더라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한다면 어제 부재한 온기가 오늘 나에게 걸어와 나를 밝혀주고 데워줄 수 있다. 그리고 이 온기는 다시 당신에게 돌아가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아갈 것이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던 때를 생각하면 촛불 하나로 여러 개의 초에 불을 붙일 수 있었듯 세상에 온기는 부재할 수 있었으나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여전히 따듯한 이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증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자신의 촛불을 켜 둘 수 있기를 바란다.
때로 부재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