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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조금 있으면 네가 행복해질 거야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편함에 있는 관리비 명세서를 집어 드는데 발송인 불명의 편지 한 통이 함께 들어 있어 편지를 열어보니 달랑 한 문장이 적힌 편지지가 들어 있었다. 


"조금 있으면 네가 행복해질 거야."


"누가 보낸 거지."


편지를 읽고 나니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조금 가져본 것 같은 기분. 

곧 다가올 행복의 곁을 잠깐 거닐다가 온 기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내가 행복해진다는 거지."


"야 그걸 믿어? 그냥 누가 장난친 거겠지."


괜스레 설레어 밖으로 나가 만난 (낭만은 일도 없는) 친구는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나는 혹시 몰라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복권도 샀다. 저녁밥도 먹고 초롱초롱하게 뜬 눈으로 다가올 행복을 기다렸다. 밤이 깊어지고 졸린 눈으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지를 다시 읽었다.


"조금 있으면 네가 행복해질 거야."


"그게 언제야 도대체."


집에 돌아와 편지를 책상에다 던지고 복권을 긁었다. 꽝이었다. 침대로 쓰러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행복은 무슨."


지쳐 잠이 들었고, 자고 일어나니 책상에 편지가 그대로 놓여있었다.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조금 있으면 네가 행복해질 거야."


하루가 지나고 나니 조금 다르게 읽혔다. 난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게 행복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제 나는 아무 일 없이 친구와 커피를 마셨고, 밥을 먹었고, 복권도 하나 사서 긁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사고가 난 것도 아니었고, 입고 나간 흰 셔츠에 커피를 쏟지도 않았으며, 복권이 당첨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니니 그 정도면 꽤 행복한 하루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떤 일들로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는가.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아무 일도 없어 행복했어."라는 문장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 


어떤 일들은 사실 매우 한정적이다. 따라서 행복은 대개 어떤 일이 일어나서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가질 수 있을 때가 더 많다. 


누구는 그것을 권태라고 하며, 누구는 그것을 행복이라 한다. 


그렇다면 권태는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가 권태라고 쓰고 읽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우리는 본질 속에서 빛나고 있는 진실을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행복감은 우리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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