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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건축의 창과 쓰기의 삶

쓰는 삶과 태도에 대하여

월요일 오후. 퇴근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다들 조금씩 취기가 올라 와인 한병을 들고 근처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건축의 창이 쓰기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건축에 있어 창을 내는 행위는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용자로 인하여 건축물은 완성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곳에 서서 단단한 벽을 바라보며 창을 통해 무엇을 바라볼지 그리고 무엇을 담을지 그리고 무엇이 기능적으로 가능하게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었고, 여전히 내 친구들은 그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랫동안 공부해온 건축이 참 멋지기도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담아내는 방식이다. 우리는 큰 창을 통해 하늘과 구름, 나무와 태양, 별과 달과 같은 세상의 많은 풍경들을 담아내고 작은 창을 통해 감나무의 다정함과 바다 지평선의 아름다움과 거리의 한산함과 같은 특정한 풍경들을 담아낸다. 따라서 건축은 큰 창만을 내어서 지어질 수 없으며, 큰 창이 필요한 만큼 작은 창이 필요하다.


이렇듯 글을 쓰는 사람도 창을 내는 것처럼 글을 써나가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쓰는 이는 큰 창 같은 문장으로 읽는 이들이 세상의 많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작은 창 같은 문장으로 특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큰 창과 작은 창이 적절히 내어져 있는 문장으로 쓰여진 글은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아름답고 깊이 있게 세상 너머로 이끌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자주 생각한다. 책을 펼쳐 뒤집으면 그 모양새가 우리의 삶을 덮어주는 건축의 지붕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글은 그리고 책은 우리 마음의 창이자 지붕이며, 글을 쓰는 사람은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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