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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별 같은 밤

멀쩡히 잘 지내다가 한 번씩 아픈 날이 있다. 


아침부터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전전긍긍하다 출근해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서늘한 주사실에 누워 알코올 솜으로 깨끗이 닦아낸 팔에 깊숙이 주삿바늘이 들어오고 6년을 넘게 투병 생활을 했던 누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시간을 감내했을지 생각했다. 나는 그저 '식중독'이라는 병명으로 어지럽고 메스꺼운 며칠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누나는 그것보다 더 아프고 힘든 시간을 홀로 싸웠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 여전히 미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많이 힘들고 아팠을 텐데 마지막까지 잘 싸워준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전이된 암세포를 보여주며 의사는 말했다. 누나를 떠나보내고 누나의 일기를 읽다가 하나의 문장 앞에서 멈춰 섰다.


어두울 때 더욱 밝게 빛나는 것은 밤하늘을 비추는 별이고 

내가 찾은 별은 가족과 친구들


이라는 문장 앞에서 긴 시간 동안 있었다. 나는 안다. 그 별들 중에서 내가 가장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빛나던 별이 이제는 가장 밝게 빛나 밤하늘을 비추고 싶은 별이 되었지만 이제 더는 올려다 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오랜 시간 밤하늘 속에서 빛없이 지냈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희미하게 빛나는 별일지라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병원에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밤하늘 별을 떠올린다. 희미하게 빛나던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 하늘에 용서를 빌었고 가장 밝게 빛나 밤하늘을 비추는 별이 되어 보려는 마음들이 밤하늘 곳곳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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