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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오성급 아파트인가?

by 메카보

회사에서 5년 정도 재건축, 재개발 프로젝트의 견적 업무를 한 적이 있다. 업무가 그렇다 보니 수많은 조합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파악이 된다. 수년 전에는 재개발 조합에서는 티브이,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추가로 조합원들에게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요즘은 국산 제품대비 수십 배에서 수백 배나 비싼 유럽산 주방 가구나, 캐나다에서 생산된 원목마루, 독일회사가 개발한 4중 창호 등을 유행처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매출이 증대되는 일이기에 나쁠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좋은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통상 보통 아파트에 들어가는 주방가구를 보면, 한샘, 에넥스 등 국내 유명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공급에 메리트로 600만 원에서 천만원정도 한다. 이에 반해 독일산 주방가구 불탑은 5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가격이다. 10~20배 정도의 가격차이가 난다. 만일 조합이라는 단체가 아닌, 개별세대에 선택권을 준다면 지금처럼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모든 세대가 동일하게 사용하게 되어 유니크함도 없는 가구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조합 설립의 목적은 조합원들의 최대 편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만, 그 최대 편익이라는 것이 현시점의 금전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것이 다소 아쉽다. 대부분의 조합 사업에서 아파트 설계하는 첫 번째 원리는 법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분양 면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차피 땅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으니, 분양면적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층수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 한강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에 대한 다양한 기사들의 나오는 것도 결국 이러한 배경에서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들이 내야 되는 돈은 전체 건축비에서 신규 분양해서 들어오는 수입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1/n 하는 구조다. 이 1/n을 조합원 분담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렇게 용적률이 높아지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먼저 기존 대비 주거인원이 많아지면서, 출퇴근 시간 차량 정체가 발생된다. 물론 재건축을 하며 도로가 일부 넓어지긴 하지만, 높아진 층수대비 늘어난 인구수만큼 도로가 늘어나진 않기 때문에 정체가 불가피하다. 또한 학교 문제도 발생한다. 갑작스레 늘어난 인구가 다닐만한 학교가 집 근처에 없는 경우, 등교의 어려움이 발생된다. 추가로 계속해서 지방 분권화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는 실현가능성은 점점 낮아져, 수도권/지방 양극화는 더 심해지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 될 것이다.


2018~2022년 한차례의 재개발/재건축 붐이 지났다. 급격한 물가인상과 수도권, 지방 양극화가 사회적 이슈가 된 지금 시점에서 조합들의 관점 변화를 기대한다. 최대 편익이 조합원들의 현재 금전적 자산가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익 관점으로 확대 되었으면 한다. 즉, 무조건 조합원의 분담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아닌, '품격'이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지역 사회 전반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집의 인테리어보다는 공공의 가치에 기여될 수 있는 Exterior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두고, 분양 면적을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단지를 설계해야 될 것이다. 좋은 호텔을 칭할 때 흔히들 오성급 호텔이라고 부른다. 호텔계에서 사용하는 등급은 객실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사용하는 부대시설의 규모와 크기에 따라 그 등급이 분류된다. 새해에는 각 조합의 편익보다는 공공의 편익을 조금 더 우선시하는 그런 오성급 조합의 뉴스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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