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Sep 16. 2020

진상 불변의 법칙

그곳에 진상이 없다면 내가 바로 진상?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들었던 '진상 불변의 법칙'을 아는가?

어디든 진상은 하나 이상 존재한다.

만일 그 조직에 진상이 없다면 내가 진상이라는 말씀!


코 덕분에 퇴사하고 한 달은 쉬겠다고 계획했건만,  "나이 많은 네가 갈 데가 있겠냐?"는  부서장님의  말은 꽤 오래 내 머리에 남았다.

요즘 잠재의식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 잠재의식은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고 호불호가 따로 없다.

의식에 전달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머릿속에 들어온 의식:

 "나이 많은 여자는 갈 데가 없다."

난 분명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말이 되니? 그리고 알바라도 하면 되는 거지.

내가 언제부터 정규직을 좋아했다고. 의식 수준에 들어온 말들을 가볍게 거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잠재의식에 남은 것:

지금 아니면 넌 영원히 알바만 하며 살지 몰라. 30대 중반이니  회사도 못 갈 거고. 그런데  넌 조직 생활을 좋아하잖아.  너는 이제 큰일 났다.


코와 이마의 아픔보다 집에서 쉬다가 영원히 쉬는 게 더 무서웠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 여기저기에 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도 돌려보고, 몇 군데를 알아보았다.

입사 전 나는 육아 휴직과 출산 휴가가 보장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번 들어가서 아이도 낳고 키우다가  조용히 은퇴하고 싶다는, 즉 이번에 들어가면 내 마지막  회사가 되길 바랬다.


결혼 전에 이직했던 회사를 어림 잡으면 10군데는 될 것이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해보고 싶은 일은 무조건 지원해서 정말 잠깐이라도 다녔다. 물론 온갖 이유로 나오기도 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안정 지향적인 사람이 되었다.


더 이상 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싫어!

나도 좀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

이제 더 이상 이직도 지겨워!


이런 마음 때문에 퇴사 후 딱 2주 만에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


새로 들어간 직장은 15명 정도가 한꺼번에 관둬서 사람이 부족했기에 들어오는 족족 사람들을 뽑았다.

여기에 들어오니 오히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경력 우대해 주는 귀한 풍토까지 있었다. 이런 곳이 있구나!!!

거기다가 사람이 부족해서 일이 힘들 뿐, 진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사람은 부족해서 일은 좀 고되지만 진상이 없어서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없을 거예요."

"물론 이상한 사람은 있죠."


이상한 사람과 진상을 가르는 나만의 기준은?

이상한 사람은  자신만의 독특함이 있어서 시끄러울 뿐 해를 끼치지는 않는 사람이다.

(예시: 질문을 하나 하면  열 마디로 대답하는 사람- 피곤하지만 들어주면 되고 악의는 없다.)


진상: 묘하게 나에게 피해를 준다.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다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

(예시: 누군가 힘든 것을 봐도 도와줄 생각은 안 한다. 자신만 편하면 되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읽지 않는다. )

이 이야기를 해주며 진짜 우리 조직에 진상이 없으니 내가 진상인가?라고 웃으며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나타난 것이다. 숨은 진상.


8년이나 몰랐다는 게 믿기지 않는 그분이 우리 회사에도 있었다.

주위에 혹시 진상이 없고 평화롭다면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없다면 한 번쯤 의심 해 보라.

내가 진상이거나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것.





이전 03화 퇴사는 코에게 맡겨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