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내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

모든 사소한 것들의 거슬림

by 에너지드링크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성공한 그들은, 부모의 학대 혹은 큰 병을 이겨내 마침내 그것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른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그런 큰 일들 하나보다, 끊임없이 자잘한 불편한 순간들 때문에 매 순간 지친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사는데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도 우린 속 배워야 한다. 중간. 기말고사 등등 시험은 또 왜 이렇게 많아?


겨우 대학을 졸업해 취직을 할 때가 되니 취직이 안된다. 나 같은 인재를 몰라주는 세상이 얄밉다.

이상은 높지만 지금 날 뽑아주는 회사에 만족하기로 하고 일단 회사에 들어간다.

취직만 하면 세상일이 다 풀릴 것 같더니 이건 또 무엇?

회사에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다. 심지어 상사는 막말 제조기다.

더럽고 치사한데 생계 때문에 관두지도 못한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여기는 나랑 맞지 않아! '

이미 머릿속에는 몇 번이나 회사를 관두고 다시 다니고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난다. 갑자기 온 우주가 이 사람이다~~~! 그런데 우주가 너무 자주 바뀐다. 만나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고~

마침내, 운명의 사람을 만났다.!!!

결혼을 결심하고 부부가 된 순간, 시가 혹은 처가라는 가족이 더 생겼다.


결혼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제 또 양가에서 아이는 언제 낳느냐고 아우성이다.

결국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부모가 되고 나면, 이번에는 육아의 세계가 기다린다.

생전 처음 해보는 부모 노릇이 쉽지 않다.

자다가 깨서 기저귀도 갈고, 이유식도 해먹이고, 이제 어느 정도 사람 되었다 싶은 순간이 되니 요 녀석이 자아가 생겨서 말대꾸가 장난 아니다.


늘 이것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다음, 그다음이 기다린다.

포켓몬처럼 진화하는 것도 아니고 왜 계속 제자리에서 해야 할 일만 늘어나는 느낌일까?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성취의 순간에 잠시 기뻤다가 이후에 밀려오는 허무함에 공허했던 순간이 있지 않은가?

막상 이것만 하면, 이것만 이루면 했던 것들이 끝난 후의 '별거 없네?'느낌.


두 번 떨어진 브런치 작가 선정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내 나름 복수로 브런치 앱도 지웠었다.ㅋ

세 번째 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재미있는 것은 한참 같이 일하던 고구마 그녀를 구구 절절 썼던 글이 채택돼서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 세상에 역시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니 막상 엄청 행복하거나 더 놀라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다음 모바일 메인에 올라가, 조회수가 10도 안되던 글이 몇천 번씩 읽는 순간들은 신기한 경험이.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성취의 표상이나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채근하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힘들고, 쉽게 지쳤던 모든 일들은 사실 원하면 안 해도 되는 일들이었다.

결혼을 안 해도 행복하고, 육아를 안 했어도 행복했을 거다. 나는 스스로 그 모든 것들을 선택하고는 남이 던져준 것 마냥 계속 투정과 평을 반복했다.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조건을 달지 마라.
-상처 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싱어 232p-


저자 마이클 싱어는 삶의 목적이 '경험'을 즐기고, 거기서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7월에 읽었는데 그때는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그의 말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 해내고 행복하지 않다고? 그냥 과정을 좀 즐겨라. 내가 단 조건들이 날 옭아맨다면 그 줄을 좀 느슨하게 풀기.

뭔가 이루기 위해 조건 달고 지치지 말고, 조건 없이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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