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세시 오십 분에 사라진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by 에너지드링크

직원 Y는 독특한 버릇을 지고 있었다.


우리 일은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의 경우, 일이 끝나면 벗는 위생 장갑을 그녀는 일이 끝나도 잘 벗지 않았다.

한 번씩 혼잣말이라 하기에는 너무 소리로 시계를 읽기도 했다.

"벌써 시간이 됐네, 열 시"

처음에는 중요한 일이 있나 쳐다봤는데, 계속 같이 있다 보니 우리가 듣기를 바라고 한말은 아니었다.


'시간에 대한 강박이 있구나 '라고 느낀 것은 늘 똑같은 시간 그녀가 화장실을 갈 때였다.


"저 화장실 다녀와요."


정확히 오후 세시 오십 분에 그녀는 화장실에 갔다. 물론 진짜 화장실에 는지는 모르지만 그 시간에는 의식을 치르듯 자리를 비웠다.


다른 사람이 준 간식(사탕, 과자 등)은 절대 안 먹고, 자신이 싸온 것만 었다. 가끔은 일관성 없이 다른 사람이 준걸 먹기도 했는데 그것들의 공통점은 모두 완포장 제품으로 된 것들이었다.

(일회 포장된 과자나 커피우유 같은 것들)

우리가 설마 식에 뭘 넣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큰 아이가 표현한 인생, 뭔가 심오하다

그녀의 행동이 기억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가끔 훅 치고 들어오는 한방에 은 이들이 쓰러졌 때문이다.


삼십 대 초반인 S에게 이런 말도 서슴지 않았다.

"40대인 줄 알았어. 푸하하하"

나이 많고 연차가 높은 분이라 화가 나도 다들 발끈하고 마는 수준이, 자신의 말에 상처 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심지어 갑자기 나에게 집을 샀는지 물어봐서 이걸 왜 물어보나 하니, 답도 하기 전에

"우리 집 4억이나 올랐잖아 "며 콧노래를 부르는 분이었다.


그녀의 강박적인 행동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냥 특이하신 분 정도 이해했으니까.

하지만 한 번씩 남들이 어떤 기분인지 생각하지 않고 내뱉는 말들은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히기에 딱 좋았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분명 좋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했는데, 도대체 이게 지 싶었다.

같이 있으면 에너지가 쭉 빨려 나가는 사람, 겪어본 적 있을 것이다.


기분 좋게 출근했다가도, '피곤해 보인다'라고 해도 될 말을 '늙어 보인다'로 하시는 분.

여기서 20년 가까이 계셨던 분이기에 그분이 나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더 우울했다.


나는 그즈음 매일 아침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내 주위에 좋은 사람만 가득하다'를 되뇌며 긍정 확언들로 하루를 시작기 시작했다. 확언 때문인지 나 스스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그 사이 소소하게 이벤트 당첨도 잘되고, 좋은 인연으로 다양한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 지난 어느 날.

별안간 사내 게시판에 대대적인 직원 이동이 있었다. 나도 내 눈을 의심했다. 그녀가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다!

맨날 이 부서는 너무 힘들고, 나니까(Y 자신) 여기 있다던 그분이 다른 부서로 간 것이다.

거기다 새로 온 직원은 예전에 여기 계시다가 다시 오신 분이라 일도 잘 알고, 성격도 좋은 긍정의 여왕♡


물론 내가 마음속에 긍정의 말을 품었다고 Y의 부서가 변동되었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마침 부정기적인 인사이동이 있었고, 마침 그분이 대상이 되었을 거라 말하기에.

하지만 나 스스로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건으로 기억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오늘부터라도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 혹시 아나? 놀라운 행운이 함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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