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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삶에 내맡기기
그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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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드링크
Dec 3. 2020
문제는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이제 막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집안에서 수도가 새는 식이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남편이 코로나 확진을 받은 교직원이 나왔다.
우리 집은 맞벌이라서 큰 아이를 매일 긴급 돌봄 교실에 보냈다. 그러니 아이는 학교를 매일 다녔다.
여느 때와 같은 바쁜 아침 시간,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바빠서 문자도 한 시간이 지나서 확인을 하고 보니, 갑자기 전체 공지로 해당 교직원은 코로나 검사에 들어갔으며 오늘 수업은 전면 온라인으로 바뀌어 모든 아이들을 데려가라고 한다.
직장맘인 나는 코로나가 코앞까지 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체감했다. 갑자기 일을 하다가 뛰어갈 수 없고 신랑도 올 수 없는 상황.
친정 엄마께 조심스레 조금 빨리 아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자꾸 몸이 안 좋으시다는 70 넘은 엄마에게 하원을 부탁하기가 늘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오직 기댈 곳이 그곳밖에 없었다.
아이를 부랴 부랴 점심때 찾아 집에 데리고 온 엄마. 온라인 수업이 뭔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엄마에게 수업까지 봐주라고는 못해서 아이를 찾아오신 것만도 감사드렸다.
그리고 계속되는 나쁜 뉴스.
아이의 학교 셔틀 안전원 선생님이 바로 그 확진자의 부인인데 공교롭게도 우리 노선이다.
학교 갈 때 노선과 달리 집에 올 때 우리 집 쪽으로 오는 노선의 셔틀이었고, 아이는 가끔 그 버스를 타고 왔기에 겁이 덜컥 났다.
혹시나 버스를 탔고 그분이 코로나로 확진이 되면 우리 아이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런데 친정 엄마에게 물어보니 큰 아이가 운동장에서 논다고 학교 셔틀을 번번이 놓쳐서 최근 일주일 사이에는 한 번도 탄 적이 없단다. 맨날 추운데 운동장에서 논다고 야단을 쳤었는데 마치 일부러 피한 듯 그 일주일은 타지 않았다.
처음 소식을 듣고 난 후 무척 힘들었지만 일단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믿는 것 말고 내가 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늦은 밤 9시. 학교에서 단체 문자가 왔다. 당사자인 교직원의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 모든 상황에 잘 마무리됨에 감사함을 외쳤다.
"감사합니다."
평소에 글에서 간간히 강조한 마음 근육이란 게 없었으면 마음이 불안하여 그날 하루 내내 우울했을 터였다.
친정 엄마의 도움, 셔틀을 안 타고 다닌 것, 그리고 검사 결과 모두 내가 어떤 식으로도 의지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잘 해결되었다.
책에서 '삶에 내 맡기기'라는 말을 자주 보았는데 보면서 늘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
"도대체 그게 가능해?"
내 삶을 왜 수동적으로 맡기고 기다려야 하는지, 나는 끝까지 저항하고 버텨서 뭐든 내 의지대로 이루겠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의지로 안 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던 경우도 있고, 지금 와 돌이켜 보면 삶이 내 등을 떠민 적도 있었다.
이전 직장의 퇴사도 그랬다.
처음 부서장에게 너무 힘들어서 관두겠다고 이야기했다가, 그냥 잘 있어보라는 말을 듣고 다시 다녔다.
두 번째는 작정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이직한다는 말을 했다. 실제 다른 곳에 가는 날짜도 받아 놨었다. 그런데 같이 있는 동료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나 스스로 말을 번복해 다시 다니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결국 자전거 사고를 통해 자발적으로 그곳을 나왔다.
이제 정말 떠날 때라고 삶이 신호를 줬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다가 큰 사건을 통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퇴사하지 않았다면 불평, 불만을 쏟으며 아직도 그곳에 다니고 있을 거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좋은 일이라고 믿자. 긍정과 감사의 마음을 늘 품고 마음에 근육을 만들어 두자.
오늘 수능을 치르는 여러분.
어떠한 결과이든 여러분에게 제일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다 잘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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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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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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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그녀는 늘 세시 오십 분에 사라진다.
09
다 해내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
10
삶에 내맡기기
11
걷기만 해도 좋은 시절이 있었건만~
12
돌 굴러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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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계약직,정규직, 파견근무, 회사원, 전문직 두루두루 경험하고 있는 직업 체험인. 현재 병원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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