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행복하고 싶습니까?
12화
돌 굴러가유~
내 마음속 무너져 내리는 돌들을 다시 치우며.
by
에너지드링크
Nov 16. 2020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아는 길, 아는 장소만 다니다 보니 서울 안에서 유명한 곳 중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이른바 서울 촌년 :)
작년부터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워졌다.
늘 똑같은 장소와 사람들이 주는 단조로움을 벗어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진짜 별일이 아니었는데도 그 한 발을 떼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아이 때문에, 신랑 때문에, 수많은 '때문에'들이 매일 내 발목을 잡았다.
그럴수록 내 가슴속에 돌들이 쌓였다.
급기야 큰 아이 5개월 때 배가 너무 아파 떼굴떼굴 구르다가 진짜 '담석증
'
진단을 받았다.
치료법은 담낭 절제술.
자전거 사고 이후 내가 경험한 생애 두 번째 수술이었다.
복도 형광등을 스쳐지나, 차가운 수술실에서 '이제 잠이 올 겁니다.'라는 말을 듣고 눈을 뜨니 수술이 끝났다.
황당한 건 담낭 절제 후 돌을 보여준다길래 의사 선생님께
'내
돌은 어디 있냐'라고 여쭤보니
몸
속에서 돌이 안 나왔단다!
대신
'
담낭염이 심했나 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운 선생님.
선생님 그전에는 무조건 돌이 있다 하셨는데, 혹시 마음의 눈으로 제 돌을 보신 건가요ㅜㅜ
내 담낭
돌리도~~
이번 주말 사람들과 같이 한 걷기 장소는, 서울 성곽길
.
돌들이 쌓여서 성곽이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그 옛날, 기계도 없이 사람들의 힘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란
!
그런데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돌들이다. 위쪽의 반듯한 돌들은 조금 더 연도가 뒤쪽이라고 한다.
성곽 돌 쌓기에 대해 설명해 주신 선생님 말씀은 이렇게 크기가 다르게 쌓인 돌들은 하중에 의해
가끔 무너진다고 한다. 그 경우 그 돌을 쌓은 마을의 주민들이 다시 와서 보수까지 했다고~
(그 당시 강제노역을 생각하면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다.
아니지. 노역을 시켜먹은 왕비였을까?ㅋ
)
각자의 돌들이 모여 성곽을 만들었듯, 가족 혹은 회사라는 성곽 그 틈새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묘하게 가슴이 아렸다.
나는 가끔 무너진다.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성곽의 일부가 되어 겪는 여러 역할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허물어진다.
가족이라는 성곽, 직장인
이
라는 성곽 틈에 작은 돌로
사
는 나는, 위에서 찍어 누르고 옆에서 밀
쳐
져 금방이라도 혼자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무너지면 이 성곽이 다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이렇게 혼자 떨어져 차라리 길가 바위돌처럼 살고 싶다는 내가 존재한다.
모든 것은 내 선택이다. 그들이 좋아서 내가 있었고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지극히 사회적 인간이기에 바닥으로 굴러가기를 거부하고 튼튼한 성곽 돌이 되어보자 결심한다.
그 옛날 조상들이 그들이 지었던 성곽의 무너진 돌들을 다시 와서 재건하였듯, 나는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힘을 내본다.
그래서 오늘도 나
자신을 공부
한
다. 내 마음속 돌들을 치우고, 버거움이 아닌 행복을 선택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행복을 선택한다.
keyword
성곽
행복
마음
Brunch Book
행복하고 싶습니까?
09
다 해내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
10
삶에 내맡기기
11
걷기만 해도 좋은 시절이 있었건만~
12
돌 굴러가유~
13
울지 않으려고 점을 뽑았다.
행복하고 싶습니까?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3화)
23
댓글
8
댓글
8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에너지드링크
글쓰기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인생
직업
약사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기적의 장수 식사법
저자
아르바이트, 계약직,정규직, 파견근무, 회사원, 전문직 두루두루 경험하고 있는 직업 체험인. 현재 병원 근무중
팔로워
384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11화
걷기만 해도 좋은 시절이 있었건만~
울지 않으려고 점을 뽑았다.
다음 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