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굴러가유~

내 마음속 무너져 내리는 돌들을 다시 치우며.

by 에너지드링크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아는 길, 아는 장소만 다니다 보니 서울 안에서 유명한 곳 중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이른바 서울 촌년 :)


작년부터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워졌다.

늘 똑같은 장소와 사람들이 주는 단조로움을 벗어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진짜 별일이 아니었는데도 그 한 발을 떼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아이 때문에, 신랑 때문에, 수많은 '때문에'들이 매일 내 발목을 잡았다.

그럴수록 내 가슴속에 돌들이 쌓였다.


급기야 큰 아이 5개월 때 배가 너무 아파 떼굴떼굴 구르다가 진짜 '담석증' 진단을 받았다. 치료법은 담낭 절제술.

자전거 사고 이후 내가 경험한 생애 두 번째 수술이었다.

복도 형광등을 스쳐지나, 차가운 수술실에서 '이제 잠이 올 겁니다.'라는 말을 듣고 눈을 뜨니 수술이 끝났다.

황당한 건 담낭 절제 후 돌을 보여준다길래 의사 선생님께 '내 돌은 어디 있냐'라고 여쭤보니 속에서 돌이 안 나왔단다!

대신 '담낭염이 심했나 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운 선생님.

선생님 그전에는 무조건 돌이 있다 하셨는데, 혹시 마음의 눈으로 제 돌을 보신 건가요ㅜㅜ

내 담낭 돌리도~~



이번 주말 사람들과 같이 한 걷기 장소는, 서울 성곽길.

돌들이 쌓여서 성곽이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그 옛날, 기계도 없이 사람들의 힘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란!

그런데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돌들이다. 위쪽의 반듯한 돌들은 조금 더 연도가 뒤쪽이라고 한다.

성곽 돌 쌓기에 대해 설명해 주신 선생님 말씀은 이렇게 크기가 다르게 쌓인 돌들은 하중에 의해 가끔 무너진다고 한다. 그 경우 그 돌을 쌓은 마을의 주민들이 다시 와서 보수까지 했다고~

(그 당시 강제노역을 생각하면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다. 아니지. 노역을 시켜먹은 왕비였을까?ㅋ )

각자의 돌들이 모여 성곽을 만들었듯, 가족 혹은 회사라는 성곽 그 틈새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묘하게 가슴이 아렸다.


나는 가끔 무너진다.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성곽의 일부가 되어 겪는 여러 역할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허물어진다.

가족이라는 성곽, 직장인라는 성곽 틈에 작은 돌로 는 나는, 위에서 찍어 누르고 옆에서 밀져 금방이라도 혼자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무너지면 이 성곽이 다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이렇게 혼자 떨어져 차라리 길가 바위돌처럼 살고 싶다는 내가 존재한다.


모든 것은 내 선택이다. 그들이 좋아서 내가 있었고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지극히 사회적 인간이기에 바닥으로 굴러가기를 거부하고 튼튼한 성곽 돌이 되어보자 결심한다.

그 옛날 조상들이 그들이 지었던 성곽의 무너진 돌들을 다시 와서 재건하였듯, 나는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힘을 내본다.


그래서 오늘도 나 자신을 공부다. 내 마음속 돌들을 치우고, 버거움이 아닌 행복을 선택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행복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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