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20대 둘이 삽니다
집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 중에 시간이 흘러 흘러 동생의 떠남은 확정되었다.
K-장녀인 나는 끝까지 월세 뿜빠이 안 하고 해외로 튀는 동생을 말리기는커녕
동생의 워홀 자소서를 함께 봐주고, 적극 지지해 주었다.
사실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 그러고 싶었고, 그게 내 마음이 편했다.
뒷 일 생각하지 않고 늘 어디론가 떠나던 나를 항상 공항에서 배웅해 주던 동생을,
한 번쯤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내가 배웅해 주고 싶었달까.
무튼,
동생은 새로운 나라에 가서 살 준비를
나는 새로운 사람과 함께 살 준비를 각각 시작했다.
동생의 짐들은 모두 빼 해외로 보내고,
동생 방에서 함께 쓰던 나의 짐들도 내 방으로 치우고,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렸다.
어차피 계속 두 명이서 살 던 공간이었기에
침대, 책상, 의자, 쇼파, 서랍장, 옷장과 식기구 등은 모두 2인의 것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방을 치우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정리를 했다.
서울 한복판 초역세권인 집이라, 이전부터 나의 집을 탐내던 친구들이 꽤 있었다.
"혹시 동생 나가면 같이 살자, 방 뺄 거면 나한테 먼저 말해줘" 등등.
나는 누구와 사는 것이 편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한 스탭만 더 고민하니 명쾌했다.
함께 살다 보면 분명 부딪히는 점이 생길 수도 있는데,
오랜 친구보다는 아예 타인과 기준을 먼저 세우고 사는 것이 편할 듯했다.
그리고, 나와 접점이 없는 아예 새로운 사람과 함께 살아봄으로써
새로운 인사이트와 세상을 나눠보고 싶었기에,
아예 타인을 모집하는 것으로 !
집으로 장사할 생각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동생이 살던 방에 들어와 함께 살 사람 딱 1명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는 것보다는 최대한 품을 줄이고 싶었다.
[피터팬의 좋은방구하기] 하우스메이트를 찾는 카페에,
방의 상태 / 지역 / 옵션 / 조건 / 특이사항 등을 최대한 상세하게 적었다.
나의 라이프스타일도, 청결이나, 원하는 일상의 느낌도 적었다.
퇴근 후 함께 공부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하시는 사회초년생 분들 등 !
모집글에는 집의 정확한 주소는 적지 않았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 중 마음이 가는 분들 몇 분께만 가장 가까운 카페로 주소를 드렸다.
앗차차.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주셨다.
일주일 사이에 약 스무 명에게서 카톡이 왔고, 연락을 주신 스타일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처음부터 엄청 상세하게 본인의 상황과 설명을 주시는 분도 있었고,
피터팬에서 봤는데 방 나갔나요? 이렇게만 주시는 분도 많았다.
아무래도 한 명만 구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처음 카톡부터 자세하게 말씀 주신 몇몇 분들께만 '토요일'에 한 시간 텀으로 방을 보여드렸다.
평일은 하필 야근이 많던 주라 집을 보여드릴 수 없었고,
집을 치우고, 마중을 가고, 방을 보여드리고,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들은 기다리고, 확정 조율을 하고..
여러 날에 거쳐서 품을 많이 드리기 싫어 주말에 몰아 보여드렸다.
그중 가장 마지막에 보여드린 분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나머지 네 분은 하나씩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가령, 나잇대가 나와 아예 맞지 않는 다던지
소음과 청소에 민감하시어 함께 살면 되려 내가 눈치를 보게 될 것 같다던지 등.
마지막에 방을 보여드린 분은,
앗 이 분이다! 싶을 정도로 그냥 마음이 갔다.
집을 볼 때도 보자마자 내 집이다 싶은 감이 있다던데,
룸메이트도 (약간의 과장을 보태) 그러했다 ㅋㅋㅋㅋ
그분도 방을 보자마자 입주 희망하신다고 하셨고,
속전속결로 룸메이트가 정해졌다!
혹시나 추후 문제가 될 일들은 모두 사전에 정리했다.
집주인 분께 동생이 나간 상황 + 그 방에 친구 한 명이 들어와 살 상황을 미리 공유드렸고,
룸메와 함께 살면서 서로 지켜야 할 규칙들은 입주 첫날 함께 정하고,
형식상이지만 중요한 계약서도 서로 작성했다.
그렇게,
룸메이트를 구하겠다 결정하고 약 삼 주가 지난 금요일.
통장에 아주 자그만 보증금과 한 달치 월세가 들어옴으로써,
동생의 물건으로 가득 찼던 방은 룸메이트의 물건으로 차게 됨으로써,
서울에서 룸메이트 찾기 대장정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