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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ds Oct 12. 2022

1도(1°)의 변화

“버티기 힘들지만, 오늘 여기서 딱 1도만 더 도전해볼까요? 매일의 수련 속에서 1도씩만 더 용기 내본다면 1년 후의 나는 정말 많이 달라져있을 거예요.”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몸을 비트는 자세에서 가만히 머물던 순간에 해주신 이 말씀 덕분에 조금 더 비틀어보고, 한 번 더 호흡할 수 있었다. 그럼. 10도는 어려워도 1도쯤은 할 수 있지.


요가 선생님들은 동작을 안내할 때 가능한 만큼만 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도전적인 자세들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사실 요가는 늘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한다. 오늘의 나의 몸이 할 수 있는 만큼 굽히고, 뒤집고, 늘려낸다. 동작을 취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순간 머물 곳을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은 요가 매트 위에서 삶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오늘 나의 몸을 알아차리고 내가 머물 수 있는 동작을 찾아가는 것, 때로는 ‘오늘은 조금 더 가볼까’ 용기 내보는 도전, 또 때로는 ‘오늘은 여기서 머무는 것이 좋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지혜.


매트 위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마음이 삶으로도 연결된다. 일상에서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 저 사람의 말 중에 이런 부분이 불편하네, 나는 왜 이런 게 불편한 걸까?. 익숙한 경계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 - 처음이지만 이참에 해보자! 경험해보자.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머무는 것 - 지금은 몸도 마음도 소진되어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매트 위에서 연습하는 마음과 무관하지 않다.


매트 위에서처럼 일상에서도 1도의 변화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는 익숙한 것이 편해서 일부러 도전하지 않으면 비슷한 경험에 머물게 된다. 그럴 때면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1도’를 생각한다. 새로운 배움에 도전해보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 것, 새로운 모임을 찾아보는 것, 잘하지 못했던 거절의 말을 해보는 것,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 이 모든 것들이 1도의 변화이고, 이런 1도가 쌓이면 1년 후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 속에서 성장한 사람으로.


많은 변화를 한 번에 하는 것은 힘드니까, 1도씩. 요가 매트 위에서도, 삶에서도. 딱 그만큼만.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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