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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ds Mar 07. 2022

산불이 나면 야생동식물은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며칠째 꺼지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보통 산불은 3일 내에 진화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번 산불은 예외적으로 오랜 시간 산을 태우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비와 눈이 내리는 시기와 양이 변하며 산 또한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유난히도 건조했던 기후 때문에 산 전체가 바짝 마른 장작처럼 타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산불을 두고 '이 산불의 이름은 기후재난'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분들은 긴급 대피하셨다고 한다. 주민, 그리고 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와 소방대원 등 한 사람의 인명피해도 없이 무사히 불길이 잡히길 마음 깊이 바란다. 


사람은 도망이라도 갈 수 있지만 산에 사는 생명은 그렇지 못하다. 마음이 아프다. 까맣고 빨갛게 타오르는 산불 사진을 보면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밀려오는 불길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칠 동물들의 겁에 질린 눈동자, 다급한 발걸음. 도망치고 도망치다 피하지 못하면 결국은 죽게 될 것이다. 불길이 앞을 가로 막아서, 연기에 질식해서, 지쳐서, 탈수로. 그마저도 달릴 수 있는 동물들은 불길을 피할 수 있지만,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불길을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존재들도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도 그 자리에서 타 죽는다. 언론에서는 산불이 태운 면적을 이야기하고, 산불이 발생시킨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이야기한다. 그 안에 야생동식물의 이야기는 없다.


산은 그저 흙과 바위가 쌓인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가끔 산을 보며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호흡은 그것을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산에 잘 가지 않는다. 누군가 사는 곳에 방문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나의 흔적이, 존재가 산에 사는 생명들에게 위협이 될까 두렵다. 나는 산에 가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그들은 산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2019년에 발생했던 호주 산불로 인해 5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코알라 또한 멸종위기에 놓였다.**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에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다. 이대로 타버리면 다시는 어디서도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생명들. 이번 산불로 피해 입은 반려동물의 이야기가 조금씩 기사화되고 있다. 대피소에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서 주민들이 어쩔 수없이 키우던 동물들의 목줄을 풀어주고 대피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재난 앞에 동물들의 목숨이 조금씩, 이제야 조금씩 이야기되고 있다. 야생동식물의 삶도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만, 재산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산이 삶 그 자체였던 그들의 마지막이 더 많이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 지도에 보이지 않는 그들이 거기 살고 있었음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들이 거기 살고 있었음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3071525001

** https://www.youtube.com/watch?v=QKdDvjbGk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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