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누가 하냐?'는 마음으로
2015년의 어느 날, 처음으로 출퇴근 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올해로 글을 쓴 지 어언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출판의 출자도 몰랐던 시절의 저에게 글을 쓰는 일은 그저 흥미로운 일이었고, 공모전에 도전하며 조금씩 장르를 확장해 나가던 저에게 글쓰기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느새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며 상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의 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이 동반하는 일이자, 일생에 동반자를 만난 것 같은 일이 되었습니다. 동반자라는 말이 얼마나 귀하고 무거운 말인지, 실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신 분이라면, 혹은 현재 동반자로 삼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분이라면, 저에게 글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글은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자, 노력 없이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끊임없이 부딪치고, 대화를 하며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들여다봐 주고, 몇 번이고 내가 세상에 내놓은 글과 대화를 나누어야 하거든요. 감히 확신하건대, 수십, 수백 년 글을 쓴 분일지라도 ‘글쓰기는 노력 없이는 오래도록 지속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사는 동안 글을 쓰면 쓸수록 이 생각을 거듭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 분이건 간에, 무한의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원래,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벅차고 또 그만큼 조심스러우며,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시다는 것은 그만큼 글쓰기와 친해지고 싶은 분들이며 그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맨땅에 헤딩하며 글을 써오는 내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거든요. 그러니 막막한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성장 그래프는 계단 모양입니다. 계단 모양을 떠올려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직으로 한번 올라갔다가 평평한 구간이 나왔다가 다시 수직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수직상승을 경험했다면, 이후에는 반드시 평평한 구간인 정체기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정체기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곤 합니다. 오히려 하강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이 현재 정체기에 봉착해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있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여러분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눈이 높아져서 그렇게 착각하고 계신 것이라고요.
글을 쓰는 일에 내리막길은 없습니다. 그저 평지를 오래도록 걷고 계실 뿐이에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두 번째 오르막길이 나타날 거예요. 그리고 그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또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겁니다.
막막한 순간에는 평평한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쉬었다 가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다시 일어설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해.”라고요. 여러분의 손에서, 마음에서 태어난 글은 여러분만이 마무리 지을 수 있어요. 그 자부심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