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진 May 04. 2020

바다와 상어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하연이가 뜬금없이 말했다.

"바다 가고 싶어."

"갑자기 바다에는 왜?"


"바다에 상어 있어서."


상어 보고싶어.




바다에 가고 싶었던 이유를 떠올려봤다.
철없던 20대 때는 그냥 노는 것이 좋아서,
30대 초반에는 멋진 뷰를 보며 마음을 식히기 위해서였다.
30대 후반엔 회에 소주 한잔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지금은 바다 하면 힐링, 치유, 회복 같은 단어들이

우선적으로 생각난다.
  
당연히 상어가 보고 싶어 바다에 간 적은 없었다.
신혼여행 때 몰디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근처 바다에 상어가 돌아다닌다고 해서

아내와 가지 말자 이야기했던 것이

상어와 관련된 유일한 기억이다.
  
그렇게 아무런 연이 없던 상어가 지금은 집안에 가득하다.
특히나 하연이에게 상어는 무엇이든 치유해주는

만병통치약인 듯하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속이 상해도 상어 인형, 상어 캔디, 상어 젤리 중 하나만 있으면 금세 행복해진다.

다시 생각해보니 바다도 그랬던 거 같다.
삶을 이어간 햇수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하긴 했지만
어떤 연유로 그곳을 찾더라도

바다는 항상 내게 즉효약을 주었다.

무엇이든 치료해주고 어디든 보듬어주었던 푸른 바다.
다음에 갈 수 있을 때는 하연이처럼 상어를 찾아,

행복해지기 위해 바다에 가야겠다.

이전 13화 아이파크 말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