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코로나 19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전이었다.
세상은 온통 부동산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하늘은 우습고 대기권까지 뚫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값이 치솟았다. 정부의 가장 강력한 대책인 12.16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25주 연속 아파트 매매 가격이 뛰었다.
이후 상승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미 상식 밖으로 올라버린 가격은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가뜩이나 버거웠는데 일반 직장인들이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일은 그저 허황된 꿈 일수밖에 없다.
지난가을 제주에서의 보름 살이 때 알파카 목장에 간 적이 있었다. 알파카에게 직접 먹이주기 체험도 해보고 만져도 보고 했던 하연이는 알파카를 참 좋아했다.
때마침 어머니가 손녀에게 옷 선물을 주셨다.
양털 같은 모양의 하얀 솜이 붙어있는 회색 티셔츠였다. 하연이는 그걸 볼 때마다
“알파카 입고 싶어.”라고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36개월도 안된 딸이 설마 아이파크를 알까 하고 되물었을 때 ‘알파카’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참 다행스러웠다.
나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나이에
“아빠~ 나는 래미안보다 아이파크가 좋아.”
라고 한다면 너무 슬플 거 같아서 말이다.
하연이가 살아갈 터전이
노력하면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지속되어 콘크리트 장벽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노력의 보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유연한 곳이면 좋겠다.
마음껏 꿈을 꾸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겐
꿈이 현실로 찾아오는 세상이 하연이에게 펼쳐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