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글을 쓴다
종이 위에도 탁자 위에도 의자 위에도 옷 위에도 모자 위에 도 양말 위에도 손바닥 위에도 휴지 위에도 과자봉지 위에 도 담뱃갑 위에도 종이컵 위에도 냄비뚜껑 위에도 벽지 위 에도 냄비받침 위에도 신문지 위에도 가방 위에도 봉투 위 에도 바닥 위에도
대체 무얼 적나요
모든 것을 적습니다 모든 것을,
당신과 대화하는 순간도 적어 가는 것 처럼 어느덧 쓰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들 위에도
제 머릿속에 매어져 있는
모든 것을, 것들을, 적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적는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시간에 젖어 있지 못한 채 젖어들
초도 없이 것들을 옮겨 적기 바쁩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들을 남겨야 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더 더 많은 것들을
그는 글을 쓴다
풀잎 위에도 꽃망울 위에도 연기 위에도 바다 위에도강물 위에도 구름 위에도 해 위에도 달 위에도 별 위에도 하늘 위에도 바람 위에도 비 위에도 그러니까 공기 위에도
그렇다면 삶을 기록한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지속되는 시간 삶을 기록하는 셈입니다
특별한 것이 있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습니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 더 더 더 많은 것들을
거참 거창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