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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제 Oct 05. 2020

푸른 방


푸른 방 


아주 푸른 방의 안이었네
푸르러서 푸른 그러니까 푸른 빛 혹은 푸른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러니까 뒤섞인 그런 방이었어 


벽과 천장에는 온통 둥실둥실 파도가 구름처럼 일렁였고 

둥실둥실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였지 


바다 밤 속을 헤엄치는 한 마리의 해파리가 되어야지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유영할 테지 


광활한 들판을 묵직한 코끼리처럼 

느릿느릿 걸어갈 테고 


공허한 허공을 가장 화려한 수가 놓여진 고귀한 공작이 되어 

훨훨 날아다닐 테야 


무엇이든 가능한 푸른 방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푸른 방 


아무것이 되려다가 

아무것도 안되기를 택했어 


구름과 파도를 바라보다가 일원이 되기로 한 거야 

숨을 불어 푸른 방이 된 거지 


그러니까 내가 푸른 방이 되어 버린 거야


끔벅끔벅 빛인지 어둠인지 잿빛인지 날빛인지 구분되지 않는. 

아 날것인가.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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