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
아주 푸른 방의 안이었네
푸르러서 푸른 그러니까 푸른 빛 혹은 푸른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러니까 뒤섞인 그런 방이었어
벽과 천장에는 온통 둥실둥실 파도가 구름처럼 일렁였고
둥실둥실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였지
바다 밤 속을 헤엄치는 한 마리의 해파리가 되어야지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유영할 테지
광활한 들판을 묵직한 코끼리처럼
느릿느릿 걸어갈 테고
공허한 허공을 가장 화려한 수가 놓여진 고귀한 공작이 되어
훨훨 날아다닐 테야
무엇이든 가능한 푸른 방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푸른 방
아무것이 되려다가
아무것도 안되기를 택했어
구름과 파도를 바라보다가 일원이 되기로 한 거야
숨을 불어 푸른 방이 된 거지
그러니까 내가 푸른 방이 되어 버린 거야
끔벅끔벅 빛인지 어둠인지 잿빛인지 날빛인지 구분되지 않는.
아 날것인가.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