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생략된 목적어는 놀랍게도 ‘지각’입니다.

by 형통한

출근 시간을 맞추기까지 모두 저마다 고군분투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혹시라도 아이가 깨서 울며 붙잡을까봐 절대 아이가 깰 수 없는 시간에 일어나 군대보다 빠른 준비로, 발소리는 물론이고 심장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나갑니다.

한 시간 가까이 이른 출근. 주차장은 한산하고 이제야 무사탈출이 실감나 한숨 돌립니다. 어떤 노력으로 왔는지 보여주려는 덜 마른 머리가 훈장처럼 느껴져 당당하고 밝게 먼저 제 자리로 가서 하나 둘 들어오는 사람들을 의기양양하게 맞이합니다. 얼마나 힘들게 일찍왔는지 알테지만 굳이 설명 안하겠다는 캔디정신을 선보이며.

그렇게 일 년. 그건 당연한 것이었고 누구도 저 사람이 노력한 것에, 희생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물론 당연한 것인데 그래도 너무 힘들었던 탓에 인정받으려 안간힘을 썼던 노력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나니 몸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발이 저려 감각이 없어지고 허리는 앉을수도 설 수도 없이 아파 결국 주사를 맞았습니다. 물론 한 번 시작된 통증은 당연하게도 여전합니다.


나를 지켜야했고, 가족을 지켜야했습니다. 무사탈출에 매번 성공한 것이 아니었기에 때로는 우는 아이를 뿌리치며 소리치며 외면하고 나와야했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도록 울려퍼지는 울음소리와 대조되는 차 안에 적막함은 노래가 아닌 눈물 훔치는 소리로 채워져야 했던 날들. 그래도 이걸 뒤로 하고 웃으며 잘 해내는 내 모습은 프로패셔널한 것이다 믿었던 날들. 위가 상하는 줄도 모르고 마셔댄 커피들. 약들… 잠시 숨을 돌려볼 수는 없었을까. 뭐가 그렇게 긴장되었을까. 이건 아니다. 틀렸다는 판단이 들자 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아이 아침상을 차리는 변화가 포함된 5분 늦은 출발은 순식간에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를 포기하고 먼저 출발한 차들 수십대가 내 차를 가로막으며 그걸 얻었다면 이건 포기하라고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도로에 서있을 시간에 가족들 얼굴 한 번 더 보고 나오면 좋은데, 못챙긴 아침의 많은 것이 떠올라 출근 자체가 비효율처럼 느껴져 이젠 끼어드는 차들에게 자의로 앞을 내어줍니다. 무기력한 운전은 모든 것을 영리하고 야무지게 다 해내고 싶던 한 인간의 다짐을 비웃듯 지각의 현장으로, 비난과 비웃음의 현장으로 안내했습니다. 한 시간씩 일찍 다니더니 이제 늦냐는 남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변명(노력)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잘못한 주제에 서운했습니다.


한 번 복잡해진 머리는 단순해질 줄 모르고, 한 번 느려진 속도는 좀처럼 빨라지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어쩌면 출근하는 삶은 적성에 맞진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겠지만 어쩌면 출근 대신 해야할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하고 싶으면 하겠습니다. 생략된 목적어는 차차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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