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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단테 Dec 24. 2022

삶은 술

알코올중독자의 일곱번째 만남

아직 미완성 작품입니다. 추후 다시 작업하겠습니다.


남자 마음의 상처는 술로만 잊을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만든 거짓말입니다.


일상생활에 있어서나 직업적인 영역에 있어서나,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술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 같은 경우 술에 의존하여 대부분 삶의 이슈에서 술이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술은 삶에서 충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삶을 술과 너무 밀접하게 연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령 국밥이나 삼겹살 같은 음식에는 꼭 옆에 소주가 있어야 할 것 같고 군대 휴가를 나오면 꼭 술자리를 마련해 줘야 할 것 같고 연인과 헤어진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왠지 술을 입에 넣어주어야 할 것 같다. 술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술을 추구하는 삶이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는 것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굳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삼겹살을 먹을 때는 꼭 밥을 시켜 쌈을 싸서 먹고 군대 휴가를 나오면 꼭 햄버거를 먹여주고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카페에서 몇 시간을 수다 떨어주는 방법 등을 사용하여 술이 없어도 삶에서 필요한 위로, 격려 그리고 행복을 전달해 주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는 것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만들어낸 작은 엇갈림 속에서 서로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우리는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술을 마시지 않는 "ㅊ“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정직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솔직해서 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감각이 월등하게 발달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가령, 소곱창을 구워서 먹을 때 나에게는 소곱창이 차가운 소주 한잔을 너무나 맛있게 만들어줄 안주정도로 생각된다면 "ㅊ”에게는 조금 더 특별하다.  자신이 원하는 적당한 굽기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한입 씹었을 때 냄새가 나지 않고 쫄깃한 상태가 되었다면 기름과 고춧가루에 양념이 된 부추와 간장에 조려진 양파를 곱창과 함께 한입 크게 넣어 꼭꼭 씹는다. 곱창을 씹으면서 그 맛을 온전히 느끼고 행복해하며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한다.


이런 "ㅊ”과 수다를 떨다가 자신이 스트레스받고 무언가를 잊어버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나에게 알려 준 적이 있다. 스프링노트를 하나 사서 그날 있었던 힘들었던 일을 적고 찢어서 버리는 일. 그렇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일들은 하나씩 찢어버리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언제나 말 못 할 힘든 일이 있으면 술로 해결했던 나도 비슷한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마음속 도서관에 들어가 책상에 앉는다. 책상 위에는 노란 종이와 샤프펜슬이 있다. 나를 힘들게 하거나 잊고 싶은 것을 크게 적고 정확히 4등분으로 두 번 접어서 책상옆에 있는 철제 쓰레기통에 넣는 것까지 상상을 한다. 생각보다 이 방법은 한걸음 한걸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은 어느 정도는 꼭 필요한 것 같다. 혼술을 하던 나는 타인과의 관계가 무척 힘들어 혼자 방에서 나를 보살피며 나 자신의 내면을 둥글게 둥글게 유리구슬처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타인과 내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알아야 내 자아란 것을 형성할 수 있고, 자립한 인간으로서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들던 유리구슬은 모든 것을 왜곡하고 나를 비대하게 보이게 만들 뿐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자립이라는 마음의 성을 짓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당연한 건축비인 것이다.


나에게 힘든 한 해가 계속되고 있다. 술을 끊고 나면 인생의 짐이 많이 줄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은 계속 터졌고 나에게 올 한 해는 참 힘든 삶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크게 한 해를 돌아보면 나 스스로 발전해 있는 모습들을 조금은 엿볼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술을 계속 마셨더라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늘 밤에도 취해있지 않았을까? 영화 트루먼쇼의 엔딩을 가끔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야만 자신의 진짜 세상을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나 역시 지금이 트라우마를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는 시간은 아닐까.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오늘 당신과 함께할 사람들과의 시간을 위해 인사를 한꺼번에 드립니다.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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