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키가 컸던 나는 유치원 때까지 엄청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털털하고 밝은 성격에 남자 친구들이 잘 따라다녔고, 유치원 때 사진을 보면 키가 큰 아이가 방긋방긋 웃는 사진이 많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 소수의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4학년 때 인기가 많던 남학생과 친하게 어울린다며 반에서 왕따를 당한 이후로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웃는 표정이 사라졌고, 집에서는 학교와 학원이 너무 싫어서 매일 울기만 했다. 체험학습을 갔는데 사진찍을 친구들이 없어서 담임선생님 무릎에 앉아 찍은 사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행히 한 학기만 왕따를 당하고 5학년 때부터는 다시 친구들과 잘 어울렸지만, 상처를 워낙 깊게 입어서 조용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향적인 성격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놀 때는 또 즐겁게 노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반에서 선생님께 아주 가끔 반항도 하고, 엎드려서 종일 잘 때도 있었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해마다 항상 4~7명의 친구와 어울려 놀았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들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 당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즐겁게 지냈다.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받았던 시기는 대학교 때였다. 이성들의 연락과 고백, 아르바이트 직원들까지도 항상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가와서 좋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도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때의 내 모습은 누가 봐도 당당하고 긍정적인 모습일 것이다. 주변에 함께 하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엄마도, 친구와 지인들도, 그리고 어렸을 때 많이 예뻐해 주셨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조언으로 든든한 힘이 되어주시는 이모들까지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