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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아 Nov 23. 2021

09. 그리움

요즘 그리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스푼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질문들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질문이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어차피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똑같은 삶을 살 것이기에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더 충실하게 살며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았던 날도 많이 있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움의 깊이를 생각해보는 요즘, 나는 지난 시간을 가끔 떠올려 보기만 했지 누군가를 엄청 그립다고 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을 그리움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에 빠졌을 때가 아니고서는 그리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모두 한순간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콩깍지가 벗겨지고 그리움의 대상을 순식간에 정리하게 된다. 다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애써 달래기도 한다. 냄비 안의 물이 뜨거운 불로 인해 팔팔 끓었다가 찬물을 확 끼얹으면 금방 식는 것처럼, 내게는 그리움이 그렇게 찾아오다가 갑자기 증발해버리곤 한다. 그래서 그리움에 크게 미련이 없는 사람이다.


참 예쁜 뜻을 가진 단어이고 시와 노래 가사에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서는 얼마나 사용될지 모르겠다.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그리움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돌아가고 싶은 시절도 떠오르질 않는다.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내 모습을 더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먼 훗날 누군가 나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와 갑자기 연락이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만날 것 같다. 내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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