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면서 다이어리 디자인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사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모은 다이어리가 스무 살부터 올해까지 총 15권이다. 가끔 방 청소를 하다가 지난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며 추억에 빠져서 살며시 미소 짓기도 하고, 부끄러운 일기가 있을 땐 다음 장으로 얼른 넘겨버리기도 하고... 주로 행복했던 날 일기를 많이 썼지만, 이성 간의 문제가 생기거나 고민이 있을 때 힘들고 속상했던 감정을 정리하는 일기를 쓴 날도 많았다. 일기 쓰기가 습관 되어 싸이월드 다이어리나 페이스북에서도 게시물을 일기처럼 남기기도 했다.
일기를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지나간 상황이나 순간의 감정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몰랐던 내 모습을 조금 더 알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초등학교 때 숙제로 제출했던 일기는 방학 기간엔 노느라 바빠서 항상 개학 전 마지막 주에 밀려서 억지로 썼는데, 성인이 된 이후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서 쓰고 싶을 때 언제든지 끄적끄적 잘 기록했다. 예쁜 추억을 잘 담아두기 위해 한 페이지씩 예쁘게 꾸미기도 했다. 그때부터 일기는 숙제가 아닌 추억의 보물상자로 새롭게 다가왔다.
작년에는 '영화 같은 하루 일기'라는 다이어리에 관람한 영화 제목과 명대사를 기록했다. 서점에서 보자마자 이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라며 기쁜 마음으로 사서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영화 명대사로 가득 적힌 다이어리를 보고 있으면 엄청 벅차오를 때가 있다. 왠지 내게도 일어날 것 같은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인생은 각자가 주인공인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는 매 순간이라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기록한 일기가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는 내가 연출하는 인생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는 우리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