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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아 Nov 26. 2021

12. 얼굴

지금까지 책을 정독하거나 방송을 꾸준히 들으셨다면 이쯤에서 '왜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하는 걸까, 자신의 마음에 왜 이렇게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걸까'라고 궁금하신 몇 분이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키워드 '얼굴' 때문이다.


어렸을 때 같이 살았던 외할머니로부터 얼굴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들었다. "넌 아빠 닮아서 정말 못생겼다, 조금이라도 엄마를 닮았으면 얼마나 예뻤겠냐"라는 말을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난 초등학생 때부터 이분법적인 사고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엄마, 가장 못생긴 사람은 나라고. 키만 크고 삐쩍 마른 나무막대기 같은 내가 맘에 들지 않았고,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가면 피부가 엄청 하얗다고 다들 웅성거리며 쳐다보는 것도 싫어서 그 이후로 목욕탕이나 찜질방 가는 것도 꺼렸다. 학창 시절 남학생들이 좋다고 표현을 해도 다 거짓말처럼 들렸고, 여고 친구들이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은근슬쩍 얘기해도 그저 장난으로 넘겼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는 것도, 거울로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것도 싫었다. 대학교 친구들인 긍정적인 삼총사 덕분에 점점 사진을 한 장씩 찍어가게 됐고, 성격도 점점 더 밝아지고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계속 예쁘다고 말해주고, 서로의 장점을 알려주던 참 고마운 친구와 동기 언니다. 악평에 너무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되지만, 주위에서 좋은 말로 용기를 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배우를 결심하게 된 계기도 예쁘다거나 빛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영화를 많이 사랑하고, 영화를 통해 얻게 된 좋은 영향력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뛰어나게 예쁜 얼굴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배역을 맡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여전히 얼굴에 대한 칭찬은 부끄럽고 누군가는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나만큼은 사랑스럽다고 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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