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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아 Nov 25. 2021

11. 새벽

‘새벽형 인간’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저녁에 잠드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도 이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던 나는 자신을 새벽형 인간으로 알고 있었다. 새벽에 가장 활동적인 사람이라 모든 집중력이 필요로 하는 일은 새벽에 몰아서 하고, 아침이 되어야만 잠이 들곤 했다. 그래서 새벽에 시험공부를 한 날도 많았지만, 밤새 게임하고 아침에 자는 모습 때문에 공부는 안 한다며 자주 혼나기도 했다.


이틀 전, 1년 3개월 만에 드라마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회사에 다니고, 퇴근 이후에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기 때문에 오디션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뿐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지정 대본 연기와 자유연기를 준비하면서 대사를 계속 외우고 있는데 갑자기 문득 이렇게 행복한 새벽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는 느낌이 스쳤다. 연출부에서 직접 연락을 주신 기회가 특별하게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참 신기하고 감사하면서도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을 많이 사랑하지 못했구나,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많이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오디션은 비록 아주 아쉬웠지만 내 모습을 깊이 돌아보게 되었고, 한 걸음 앞으로 다시 나아갈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최근 몇 달간의 나를 보면 피로에 지치고 답답함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퇴근하고 방송이 끝난 직후나 쉬는 날에도 다른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자는 시간만 점점 늘어갈 뿐이었다. 평소에 참 좋아하는 취미인 영화 관람, 독서, 필라테스, 기타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새벽 감성을 좋아했던 나, 잔잔한 인디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던 나를 다시 찾아가고 싶다. 새벽 공기도 맡아보고, 새벽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달과 별이 빛나는지, 구름에 가려 있는지 가끔 쳐다보는 여유를 갖고 싶다. 내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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