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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Feb 27. 2020

미용사랑 연애 안 해본 사람도 있어?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6


미용사와는 왠지 ‘쉽게 사귈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직종의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넘어 올 것 같고, 뭔가 잘 놀 것 같다는 미용사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선 ‘가장 꼬시기 쉬운 3대 직업’이라는 명목 아래 미용사가 언급되는 게시물까지 있을 정도다. 과연 진실일까.


일반적으로 연애 얘기를 하다보면, 줄곧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내용은 상대방의 직업, 나이, 외모, 성격이다. 소개팅이라도 주선할라 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도 저 4가지다. 미용사를 꼬시기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미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종인 경우가 많다.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직업이 ‘미용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사르륵 몇 가지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오늘 다루려는 주제가 바로 그것.




미용사에 대한 첫 번째 이미지인 ‘금방 꼬실 수 있을 것 같다’에 대한 소문들을 추려보면 “주위에 미용사랑 한번쯤 안 사겨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또는 “아직 안 사겨본 거지, 언제든 사귈 수 있을 것 같다” 식의 내용들이 많다.    


나는 미용사에 대한 이런 선입견이 대체 왜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미용사들은 서비스직이라는 특성상 상냥하고 활달한 성격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에 비해 연애에 있어 더 열려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당연히 이것은 그 사람들의 편견이다. 미용사라고 모두가 다 외향적일 수 없다. 오히려 미용사들이 업무상 행한 친절을 이성적인 호감으로 착각하는 몇몇 고객의 ‘도끼병’이 더 문제다. 물론, 美(아름다움)를 다루는 사람들이기에 미용사들이 다른 직종보다 좀 더 보여 지는 것들에 있어서 화려한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쉬운 이미지’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연예인들의 난무하는 열애설이 무언가 ‘쉬운 이미지’를 남기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 특징인 직업군에 대한 어떤 통념이자 편견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연애관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므로 연애하기 쉬운 ‘직업군’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미용사가 연애하기 ‘쉬운 이미지’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스스로가 사실은 ‘쉬운 연애’를 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용사가 업무적으로 행하는 자신에 대한 친절과 상냥함을 확대해석해 쉽고 빠르게 사귀고 싶은 본인의 마음을 마치 최면을 걸 듯 상대방 미용사에게 투영하는 것일 수도


특히 여기에는 ‘미용사’라는 직업을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쉽다는 건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예컨대 국회의원, 검사, 기자, 의사 같은 권력형·권위적 직종이 대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면 미용사는 서비스직이라는 특성상 비교적 대하기 쉬운 직종이라고 여길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나보다 낮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모든 편견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우월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미용사에 대한 두 번째 이미지인 ‘잘 놀 것 같다’에 대한 소문들을 취합해 보면 “화려한 헤어스타일·패션·메이크업 등 외면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다” 거나 “공부를 잘 하는 이미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왠지 핵인싸일 것 같다” 식의 반응들이 많다.


나는 이 얘기를 들을 때 마치 홍대 번화가에 대한 편견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홍대 번화가를 걷다 보면, 화려한 헤어스타일·패션·메이크업을 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트렌디하다는 것과 ‘잘 노는 것’은 논리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내면이 항상 외면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수수한 차림으로도 온 동네를 휘어잡는 ‘인싸’가 있을 수 있고,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차림으로도 낯가림을 하는 ‘아싸’가 있을 수 있다. 미용사도 마차가지다. 넉살이 좋은 외향적인 미용사가 있는 반면, 조용하지만 섬세한 내향적인 미용사도 있다. 그러므로 이것도 편견이다. 


실제로 내 주위의 친구들도 미용실에서 시술을 받는 동안, 활달한 미용사를 선호하는 부류와 차분한 미용사를 선호하는 부류로 나뉠 정도다. 외면이 항상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내면이 항상 외면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은 미용사를 함부로 무시할 자격이 없다. 그게 누구든, ‘차이’는 ‘차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미용사와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다른 직업군보다 미용사가 쉽게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잘 놀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이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는 내가 내 스스로의 편견과 항상 싸워야 한다고 믿는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는 차원에서 편견도 일종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현재 미용사와 연애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미용사와 연애를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미용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먼저 봐주길 희망한다. 누군가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연애도 잘 할 수밖에 없다. 편견의 반대말은 신뢰와 응원인 이유에서다. 따뜻한 봄, 당신이 벚꽃을 보면서 함께 손잡고 걸을 그 사람은 꼬시기 쉬운 ‘미용사’가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당신의 ‘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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