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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Apr 11. 2021

클래스를 시작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우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면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배우고 배우다 보면 부족한 것 같아 또 배운다. 계속 배우면서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수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이 무엇이고 그 장래희망 이루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무려 18년이다. 18년 동안 내가 가지게 될 직업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심지어 대학에 가서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동안 또 직업을 가지기 위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또 공부한다. 언젠가 찾아올 미래의 나의 모습을 위해 계속 공부만 하는 현실이다.     


클래스를 준비하기 위해 또 공부만 해야 하는 걸까? 수십 년 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모든 것들이 클래스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 경험만으로도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는 충분하다. 이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작의 불씨는 내 안에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만 알 수 있다. 그것도 생각만 해서는 알 수 없다. 무엇이든 시작해 보아야 알 수 있다. 당장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클래스를 시작해 보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나 콘텐츠를 활용해 원데이클래스를 기획해 보는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클래스를 시작할 수 있을까

처음 민화 클래스를 시작할 때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리 집 한쪽 구석에 잠자고 있는 나의 취미 재료가 있다면 재료비도 따로 들지 않고 바로 시작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내가 배우고 있는 취미가 있다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알려주면서 나 또한 배울 수 있으니 더욱 좋다. 단, 수업 수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고 수업료 또한 그에 맞게 책정해야 할 것이다. 재료 욕심이 많았던 나였기에 집에 민화 화구와 재료들이 충분히 있었고, 그동안 모아둔 자료도 많았다.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하지 못 하고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이라면 원데이클래스를 기획하고 운영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원데이 클래스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재료비를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려주는 과정에서 재대로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정말 좋아하고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될 수 도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찾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즐거우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때도 즐겁게 알려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열정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우선 시작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수업을 준비할 수는 없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려는 마음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작게 시작을 하고 진행하면서 조금씩 수정을 하고 완성도를 높여 가는 것이 완성도 있는 수업을 준비하는 훨씬 빠른 길이다.     


 ‘나는 무엇으로 클래스를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어찌 보면 ‘내가 클래스를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같다. 시작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이 익숙한 우리에게 클래스는 일단 시작해도 괜찮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일단 시작하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가장 좋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나의 하루를 잘 살펴보자. 누군가는 나에게 배우고 싶은 한 가지가 꼭 있기 마련이다. 이유식을 만드는 팁,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웠던 엑셀 등 다양한 지식이 누군가는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다. 우선 생각나는 것을 공지글을 올려보자. 신청자가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귀한 인연을 맺으면 되고 신청자가 없다면 다른 것을 고민해 보면 된다. 너무 많이 재고 따질 것 없이 우선 시작하자.    



  

원데이클래스에서 한달 과정 클래스를 시작하다.

https://blog.naver.com/mandoo0960/221657485540

원데이 클래스를 들은 분들 중에서 민화 그리는 방법을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고 문의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배우고 싶은 분들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한 달 과정 홈 클래스를 진행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밑그림을 준비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모든 과정을 모두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달 수업을 구상했다.      


공지 글을 올리면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한 달 동안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수업 일시와 위치는 어디인지, 수업료와 재료비는 얼마인지, 모집 기간과 어떻게 신청하는 방법, 신청 인원수가 많을 경우 어떤 순서로 수강생을 정할 것이며, 클래스 신청 결과는 언제 발표하는지, 집에서 클래스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홈클래스 특성상 여자만 받는다는 등 각각의 사항을 꼼꼼하게 적었다.  

    

 처음에 한 달 과정은 처음 진행해 보는 것이라 두 분만 모시고 진행하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신청해 주신 분이 우리 집 식탁 인원만큼 딱 네 분 이셨다. 신청할 때 받아둔 연락처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처음이라 두 분만 모시고 하려 했다는 상황을 설명 드렸다. 연락을 돌리던 중 신청하셨던 분 중 한 분이 다 같이 하면 더 좋겠다 말씀 하셨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마침 식탁도 4인용 식탁이니 한번 도전해 보았다.     

 

 한 달 과정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수업 기간 동안 빠지지 않고 모두 오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이었다. 고정 멤버로 수업을 하면 매번 새로운 사람을 모집하지 않아도 돼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수업이 느슨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수강생을 모집할 때도 이 점을 꼭 알렸다. 꾸준히 함께 하실 수 있는 분 이셨으면 좋겠다고, 이번 수업을 계기로 두 번째 세 번째 한 달 과정 수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아 공지 글을 올렸다.     


첫 수업일,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인지 모두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분은 기존 수업에서 뵌 적이 있어서 친근했고 두 분은 서로 아는 사이셔서 함께 신청하셨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원래 이런 수업 신청 잘 안하는데 민화에 관심이 있고 도전해 보고 싶으셔서 신청하셨다고 했다. 네 분을 꼼꼼하게 알려드릴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한달 과정 수업은 무리없이 잘 진행되었고, 이 멤버로 마을동아리에 등록해 다채로운 재료로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운다.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나도 처음 그려본 '공명도'

이렇게 우선 시작하면 알려주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그 부분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배울 만큼 깊이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면 수업을 들어야 하겠지만 인터넷에 수많은 자료와 영상이 있다. 누군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 무엇이든 가장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알려주기 위해 배우는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그 방법을 익히게 되므로 선생님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이든 가장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길이다.     

한달 과정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면 절대 시도해 보지 않았을 그림들을 그리게 되었다. 좋은 선생님께 배워야만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주제의 그림들 이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무언가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야만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선생님의 설명은 이해가 안 가는데 나와 수준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더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설명해주는 이야기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딱 한발 앞서 경험해 본 사람이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다. 많이 알아야만 클래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려주기 위해서 배우고 익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클래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준비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지금, 시작하자. 우리는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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