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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Apr 11. 2021

1년동안 클래스를 했더니 생긴 일

삶이 작품이 되는 클래스키퍼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클래스로 자존감을 채우다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내가 인정욕구에 목말라 있었음을 느꼈다. 먹고 돌아서면 준비해야하는 끼니, 치우고 치워도 똑같은 집 안에서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폭발해 나를 꽁꽁 가두던 집에 사람을 초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클래스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그 또한 나에게 귀한 경험이었고 자산이었다. 완벽하게 차려진 공간과 여건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클래스를 운영하는 요령을 익히기 시작했다.      

점점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수업 날 전에는 수업을 준비하고 만날 사람들을 기다리며 행복했고 수업을 하면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다음 수업 공지 글을 올리면서 어떤 분을 만나게 될까 기대가 되었다.     


‘내가 누군가의 삶에 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있구나!’     


누군가의 삶, 한 장면에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 가슴 뛰고 벅찼다. 완성된 그림을 액자에 보관하시거나 알려드린 방법으로 액자를 만든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시면 그 모습에 또 에너지를 얻었다. 한 사람의 삶에 그림이 있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해서 행복했다.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수업에 보면 ‘타인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자존감의 첫 번째 요소다.’ 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클래스는 자존감을 채우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를 돕는 행동을 통해 인정받고 내 가치가 높아지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클래스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존감을 채우기 시작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게 된다. 그렇게 단단해진 자존감은 불평 불만이 많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무기력한 삶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클래스로 삶의 태도가 바뀌다.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케케묵었던 화구뿐만 아니라 세상의 빛을 본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카메라다. 결혼을 하면서 면세점에서 큰맘먹고 산 카메라가 아이가 태어나고 무겁다는 이유로 휴대폰에 밀려 먼지가 쌓인채 방구석 한쪽에 처박혀있었다.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누군가의 첫 순간을 사진으로 예쁘게 담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주로 맘카페를 통해 클래스 수강생을 모집하고 위치를 전달했기 때문에 카페 채팅방으로 클래스에 참가하신 분들게 사진을 선물로 전해드렸다.      

그 사진을 클래스를 들은 분들께만 전해드리고 그냥 지워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 스스로에게도 차곡차곡 그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예전에 찍었던 아이들 사진이 폴더에만 고스란하게 남겨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만 차지하고 있는것을 보면 그냥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글과 사진을 인터넷상에 함께 올릴 수 있는 블로그였다. 원하지 않으면 비공개로 글을 올려서 나의 온라인 일기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쏙, 마음에 들었다. 한참 휴대폰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고 아이들의 이야기만 쓰는 육아일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나’를 살펴보며 글을쓰고 사진을찍기 시작했다.     


자존감을 단단하게 채우고 가장 힘들었던 육아에서도 나만의 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클래스를 진행했고, 클래스에서 오고간 이야기, 인상깊었던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짧게 기록하면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기록하는 습관은 자존감을 단단하게 채워준 것과 더불어 삶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일상 속의 문제를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상속 문제 때문에 힘들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해결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그림을 그리며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색상을 섞어보는 실험과정과 참 닮아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카오스 같은 일상 속에서 무엇이든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고, 서툴지만 그렇게 조금씩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 시작했다.      


클래스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나 이런 나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자존감 수업>을 쓰고 그렸다. 클래스를 하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흘러가는 삶 속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고 일상을 실험했던 경험덕분에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삶이 작품이 되는 클래스키퍼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지역을 넘어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알게 되면서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의 경험이나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찍어 편집하면서 알게된 동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성공한 경험을 통해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후 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했을 때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꿈의 출간 계약서’를 보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소개하는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단순히 사람을 모집하고 클래스를 진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민화테라피’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수를 위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민화’와 관련된 책을 써 달라는 제안을 여러번 받기도 했다. 그 중에 한 제안을 받아들여 시니어를 위한 민화 컬러링북을 제작했다.     

무언가를 배우기만 좋아했던 사람에서 나의 경험을 나누며 알려주는 삶으로 조금씩 바뀌어갔다. 언제, 어디에서나, 무엇으로든 클래스를 만들어내는 클래스키퍼의 삶을 살아가면서 일상 속 나의 작은 경험들은 모두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다. 이렇게 삶 자체가 작품이 되는 클래스키퍼의 삶으로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 꿈꾸고만 있었던 나만의 클래스를 같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일, 앞으로는 클래스키퍼들을 위한 클래스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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