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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시인 Jan 23. 2024

시련만이 공평하다.

시련은 누구나 예외가 없더라.

노래 한 곡 들으면서.....

트로트리 (TROTREE) - 벚꽃연가 (Feat.임세민)ㅣOfficial Audio (youtube.com)


시련만이 공평하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떨어지는 건 금방이다.

잘해오던 일도 어느 순간 한 번의 쓰나미로 잠겨 버린다.

어쩌면 시련만이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까.

그 공평한 시련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고, 허무하게 온통 전부를 쓰러뜨렸다.

하던 을 정리하고 한참 동안 바닥의 바닥에 있어야 했다.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내일을 기다리며 긴 시간을 보냈다. 

아찔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나의 어려움은 덤으로 가족의 몫이 되었다. 

나 때문에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지갑은 너무 가벼웠고 현실은 너무 무서웠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재기는 쉽지 않았고, 술과 담배에 찌들면서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갔다.

그러다가 술도 더 들어가지 않는 어느 날이었다.

아 지금은 사는 날이 아니구나. 내게는 살아내야 하는 그런 날들이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더니 민들레꽃씨처럼 날아와 내게 앉았다.


실패하고 망하는 사람의 희망이 무엇일까?

그것은 더 망할 것이 없을 때이다.

더 내려갈 바닥이 없을 때 그때 희망을 본다.

'여기서 더 망할 것도 없겠구나.' 할 때 희망의 싹이 자란다.

차라리 책이라도 보자.

그리고 술잔 대신 책을 손에 잡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때 책을 잡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너지고 일어서는 건 한 끗 차이다.


책을 가리지 않고 읽었다.

만화책을 보다가 무협지를 보다가 소설도 읽고 시집도 넘기며 중구난방으로 읽었다. 

어떤 책을 정하기보다 그냥 읽는 게 목적이었다. 

잠시라도 아픔을 잊기 위해 읽었다.

참 오랜만에 책을 읽는 시간들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책의 존재를 잊고 책꽂이의 장식으로만 집에 두었었다.

사람은 누군가의 혹독한 말 한마디로 죽고, 누군가의 따스한 말 한마디로 산다.

사는 시간을 지나, 살아내야 하는 시간을 지나가는 나는, 나를 위로하고 따스하게 만드는 한마디 한마디를 보석처럼 모았다.

핸드폰 메모장을 이용해서 그때그때 적어놓고, 노트북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예전부터 나는 좋은 글을 적어서 모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청년을 지날 무렵부터 "하루한마디"라는 제목으로 노트북에 시트를 만들어 하루에 한 문장의 좋은 글을 적어 두었었다. 

딱 하나의 문장을 그날그날 적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쌓여가는 글을 그때그때 반복해서 읽었었다. 

오늘은 한 문장이지만 한 달이 되면 30 문장이 쌓였다. 

반복해서 읽다 보니 한 달이면 1 문장당 30번을 보는 효과가 있었다.

취미라면 취미인데 그때는 별생각 없이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바빠지면서 하루하루 적지 않는 날이 늘어가다가 까마득히 잊은 버릇이었다.

그걸 책을 읽으며 다시 시작한 것이었다.


그동안 배고팠던 좋은 글을 미친 듯이 적어 나갔다. 

늘어나는 글들의 쌓임을 보며 마음을 조금씩 추슬러 갔다.

꼭 메마른 땅에 비 내리는 것 같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갈라지던 마음에 어떻게든 비를 내리게 했다.


노래를 많이 들었다. 

좋은 가사는 정말 아름다운 글이며 시였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가사를 적어 보기도 했다.

가사를 적으며 듣다 보니 노래 가사는 가사 자체로 노래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가사와 읽는 글은 조금 맛이 달랐다.

좋은 노래는 가사를 읽다 보면 그 가사가 노래가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하기야 노래 가사인데 그걸로 노래지 뭐.

실없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느껴보면 그 맛이 다르다.

살아내기 위해 하던 일들에서 조금씩 재미를 느끼며 마음도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슬프고 아파하나 어떻게든 견디며 즐기려고 하나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 거야.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자.

굽어가던 마음의 허리는 좋은 글을 지주 삼아 조금씩 펴져 갔다.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변해갔다.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좋은 문장에 밑줄을 치고, 여백에 그때그때 느낌을 연필로, 볼펜으로 적었다.

책을 깨끗하게 보면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책과 최대한 친구처럼 뒹구는 것을 좋아했다.

내 친구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티끌하나 없이 깨끗해서 꼭 귀빈처럼 모신다.

그 친구는 그렇게 책에서 행복을 찾고, 나는 막 뒹굴면서 즐거움을 찾았다.

옳고 틀리고 가 어디 있나? 나에게 맞고 아니고만 있을 뿐이다.


조용필 선생님의 "그 겨울의 찻집"을 나는 너무 깊게 좋아한다. 

내 인생 최고의 노래를 하나 정하라면 나는 는 이 노래를 고르겠다. 

노래를 너무 들어서 가슴에 딱지로 붙었다. 

작곡은 김희갑 선생님이, 작곡은 양인자 선생님이 해 주셨고, 두 분은 당대에 명성을 날리신 잉꼬부부셨다. 

어느 날 노래를 적다가 나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보통 노래 가사를 적으면 나는 이렇게 적었었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새운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적었던 날이 있었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 홀로 지새운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이렇게 적으니 노래의 구조가 한눈에 확 들어왔다.

 어 재미있네.


 그래서 나의 최애곡 성시경 님의 "희재"도 적어 보았다.

 보통은 아래처럼 적혀 있다.


 - 희재 -


햇살은 우릴 위해 내리고

바람도 서롤 감싸게 했죠

우리 웃음 속에 계절은 오고 또 갔죠

바람에 흔들리는 머릿결

내게 불어오는 그대 향기

예쁜 두 눈도 웃음소리도

모두가 내 것이었죠

이런 사랑 이런 행복 쉽다 했었죠

이런 웃음 이런 축복 내게 쉽게 올리 없죠

눈물조차 울음조차 닦지 못한 나

정말로 울면 내가 그댈 보내준 것 같아서

그대 떠나가는 그 순간도

나를 걱정했었나요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내 맘 앞에서

그대 나를 떠나간다 해도

난 그댈 보낸 적 없죠

여전히 그댄 나를 살게 하는 이율 테니

이런 사랑 이런 행복 쉽다 했었죠

이런 웃음 이런 축복 내게 쉽게 올리 없죠

눈물조차 울음조차 닦지 못한 나

정말로 울면 내가 그댈 보내준 것 같아서

그대 떠나가는 그 순간도

나를 걱정했었나요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내 맘 앞에서

그대 나를 떠나간다 해도

난 그댈 보낸 적 없죠

기다림으로 다시 시작일 테니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더욱 사랑했는지

그대여 한순간조차 잊지 말아요

거기 떠나간 그곳에서 날

기억하며 기다려요

한없이 그대에게 다가가는 나일 테니


묶고 나누어서 아래처럼 적어 보았다.


햇살은 우릴 위해 내리고 바람도 서롤 감싸게 했죠 / 우리 웃음 속에 계절은 오고 또 갔죠

바람에 흔들리는 머릿결 내게 불어오는 그대 향기 / 예쁜 두 눈도 웃음소리도 모두가 내 것이었죠


이런 사랑 이런 행복 쉽다 했었죠 / 이런 웃음 이런 축복 내게 쉽게 올리 없죠

눈물조차 울음조차 닦지 못한 나 / 정말로 울면 내가 그댈 보내준 것 같아서


그대 떠나가는 그 순간도 나를 걱정했었나요 /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내 맘 앞에서

그대 나를 떠나간다 해도 난 그댈 보낸 적 없죠/ 여전히 그댄 나를 살게 하는 이율 테니


(간주)


이런 사랑 이런 행복 쉽다 했었죠 / 이런 웃음 이런 축복 내게 쉽게 올리 없죠

눈물조차 울음조차 닦지 못한 나 / 정말로 울면 내가 그댈 보내준 것 같아서


그대 떠나가는 그 순간도 나를 걱정했었나요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내 맘 앞에서

그대 나를 떠나간다 해도 난 그댈 보낸 적 없죠 / 기다림으로 다시 시작일 테니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더욱 사랑했는지 /그대여 한순간조차 잊지 말아요

거기 떠나간 그곳에서 날 기억하며 기다려요/ 한없이 그대에게 다가가는 나일 테니




다른 노래들도 묶어서 적어보니 노래의 틀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노래의 구성이 보였다.

아 요것 봐라. 이런 뼈대를 가지고 있었구나.

모양은 제각기 조금씩 달랐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았다.

왠지 가사를 적는 게 재미가 붙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은 노래들을 이렇게 가사를 옮겨 적으며 시간을 보냈다.

일 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이렇게 하다 보니 노래를 들으면 노래의 구성이 귀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허 재미있네

그렇게 어렵고 대단하던 노래가 조금은 재미있게 쉽고 재미있게도 다가왔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힌다고 했다.

무언가는 무언가로 잊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글과 노래로 내가 잊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무언가를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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