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문입니다)
글은 재미다. 내가 재미있어야 오래 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갇혀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그래서 내 맘대로 나의 재미를 위해 오롯이 써 보려고 쓰는 글이 <글주소 내 맘대로>이다.
정하고 쓰기 않고 쓰면서 정한다. 글이 버릇이 없다. 위아래가 없고 앞뒤가 모호하다.
마음이 흘러가는 모습을 글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자유롭기 위해 자유롭게 썼다.
<대수노트 NO.3>에 있는 "블랙핑크 이름의 의미를 찾아서. 1-1"을 이어서...
하나의 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4개의 핑크색 문이 있었다.
열지 않은 문은 앞뒤로 빈 공간이었다.
빈 공간에 문만 있었다.
앞에서 봐도 문, 뒤에서 봐도 문.
하나의 문을 빼꼼히 열어 보았다.
안에는 방이 있었다.
바닥은 검은색, 천정은 핑크색이었다.
문을 닫았다.
다시 문 뒤는 빈 공간이 되었다.
신기했다.
열고 닫고 열고 닫고 하면
방이 나오고 빈 공간이 생기고 방이 나오고 빈 공간이 생기고....
- 방이 블랙핑크군. 바닥은 검고 천정은 핑크빛이야.
- 재미있구먼.
- 바닥이 핑크색이고 천정이 검은색이면 어땠을까?
- 재미있구먼 재미있어.
-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 뭐라고 하는 줄 아나?
- 뭐라고 하나?
- 바보!
- 바보가 맞네. 지금 우리는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네. 공부할 때도 모르니까 반복하다가 아는 순간 멈추지 않았나. 반복하는 바보였다가 알게 되면 멈추는 거네. 바보면 바보 같으니까 배우는 바보라고 하세.
- 그렇군 바보였군, 여기서는. 여기서는.
- 지금은 바보의 용기가 필요할 때야. 한번 들어가 보세
- 그래야 하는데 그러자니 무섭군. 닫히면 어떻게 하나, 들어갔는데 열리지 않는 걸세. 그러면 어떻게 하나.
- 그럼 한 사람이 먼저 들어가고 한 사람은 문의 바깥에서 있는 건 어떤가?
- 그것도 좋은 방법이구만, 그럼 누가 들어갈 텐가
침묵이 흘렀다.
- 내가 들어가겠네, 지난번에 자네가 밥을 사고 이번에 내가 사야 하는데 이걸로 퉁치세.
- 아닐세, 그것과 지금은 무게가 틀리네. 이건 예상이 되지 않는 문제일세. 값이 다르단 말이지.
저번 건 피자와 파스타였고, 지금은 몸값의 문제일세. 지난번건 실망의 위험이면 됐지만, 지금은 존재의 위험을 생각해야 하거든.
들어가 보고 싶은데 들어갈 수 없고, 해봐야 알 수 있는데 해보기 무섭고, 진퇴양난이었다.
마음이 있는 곳마다 행동의 징검다리가 놓이는 건 아니었다.
마음은 행동의 지불을 통해 가치를 증명한다.
- 나는 들어가 볼 수 있네. 자네는 어떤가?
- 나도 내가 들어갈 볼 수 있네. 자네처럼.
- 그럼 한 번은 내가 들어가 보고 다음은 자네가 들어가 보는 건 어떤가?
- 들어가는 순서만 바뀔 뿐인데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구먼. 말이라도 고맙네
- 그래서 등수가 있는 거네. 쉽게 가치의 순서를 알아볼 수 있지.
- 이번에는 등수가 뒤로 갈수록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 생각하기 나름일세. 희생의 입장에서 보면 앞이 좋은 거구, 상대방을 위하는 입장에서는 뒤가 좋은 거네.
- 그렇군,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지만 중요한 건 상대방을 먼저 생각한다는 거겠지.
서로의 마음을 알았으니 그냥 돈 전내기로 하세. 밀고 당겨 봤자 서로의 마음이 부딪치면 결론이 나지 않네
이성적인 것보다 단순한 게 지혜일 때가 동전 던지기라고 생각하네
- 좋네 그럼 우리 한번 던져보세. 앞이 나온 사람이 들어가는 걸로 하세.
탐즈가 동전의 앞이 나왔고, 탐즈가 방에 먼저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일단은 들어가지 못하고 문을 닫고는 다른 방문을 살짝 열었다.
안에는 방이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열었던 방과 같은 방이다.
- 어 방이 같은데
- 나도 그렇게 보았네
다른 방문을 열어 보았다.
그 방도 똑같았다.
- 방문은 4개인데 방 안에는 모두 똑같구먼.
- 그러게 말일세. 신기하군.
- 한 번 들어가 보세
- 두 번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네.
탐즈가 먼저 들어가고 문을 닫았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오는 탐즈.
괜찮다는 생각에 둘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큰 테이블의 책상이 있고 책상마다 스탠드가 밝혀져 있다.
말이 책상이지 6명이 앉아도 되는 커다란 테이블이었다.
테이블에는 노트북과 인터넷 공유기, 연필통과 만년필, 종이와 정돈된 서류가 있었다.
책들도 몇 권 보였다. 몇 권은 쌓여 있고, 독서대에 한 권이 있으며 옆에 메모한 듯 노트가 있다.
물론 천정조명도 있지만 스탠드의 불빛으로 분위기를 만들기 좋았다.
커다란 테이블 옆에는 서서 쓸 수 있는 스탠드 책상이 별도로 있다.
한쪽 구석에는 1인용 소파 두 개와 작은 테이블이 있어서 쉬기도 좋았다.
정말 마음에 든 것은 커피와 커피포트와 커다란 주전자의 존재였다.
두 사람에게 #커피는 혈관의 피에 힘을 주는 음료였다.
- 좋구먼 머든.
- 나는 벌써부터 걱정일세. (살짝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 뭐가 말인가? 여기에서 일을 시작해야 해서 말인가?
- 아닐세.
- 그럼 뭐가 걱정인가?
- 화장실일세. 오래 여기에 있으려면 꼭 필요하지.
- 화장실, 변기, 오줌통, 똥통말인가?
- 같은 말 다른 뜻일세. 사람이 무슨 말을 쓰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달라지는 걸세
화장실이라고 말을 해보게.
- 화장실 (따라서 말했다.)
- 그 얼마나 심오하고 좋은가! 똥통 해보게
- 똥통.
- 이 얼마나 경박하고 촌스러운가. 그 말이 그 사람의 옷일세
- 고맙네. 좋은 걸 알려줘서.
- 그럼 고맙지,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거울이라네, 깨끗한 거울은 멋진 얼굴을 만들지.
- 고맙네 (무뚝뚝한 얼굴로 말한다.)
- 음, 얼굴도 말과 맞추었으면 좋겠군.(살짝 미소로 대꾸해 준다.)
- 음, 듣고 보니 자네 말대로 심각하군. 생각지도 못했구먼. 그대가 그럴 때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니만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니 아주 심각해지는구먼.
- 음. 역지사지가 별 건가. 지금의 오줌통이지. (웃음)
- 그대도 방법은 있을 거 같구먼.
- 어떤 방법 말인가?
- 여기 보니까 빈 물통이 있네. 급하면 쓸 수 있겠어.
- 그건 임시방편일세.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지.
- 근본적인 방법이라. 그렇지 계속 싸야 하니 계속 담을 수는 없겠구먼.
- 그렇네. 계속할 수 없는 일은 계속할 수 없게 되지.
나는 항상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첫째로 생각하는 게 내가 계속할 수 있는 일인가 일세
누가 말하더군 직업을 선택할 때 3가지를 생각하라고.
- 내가 운을 떼어 주겠네.
- 좋구먼
- 첫째
- 첫째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인가?
- 둘째
- 둘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 셋째
- 셋째는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을 줄 수 있는 일인가?
- 넷째
- 내가 좀 전에 3가지라고 말하지 않았나?
- 아 그렇구먼, 좋은 내용이다 보니 혹시 또 있을까 해서 물어봤네
- 뭐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
- 음, 가만 저기 커튼 뒤에 작은 문이 보이네.
사뿐사뿐 둘은 기대감을 밟으며 걸어갔다.
삐익 문을 당기니 부드럽게 열린다.
거기에는 흰색의 깨끗한 양변기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양변기의 열린 입을 웃으며 닫아 주고 둘은 살짝 웃었다.
- 이걸로 됐구먼.
- 그러게 되었구먼.
- 이제 되었으니 일만 하면 되겠구먼.
- 그러게 일만 하면 되니까 그전에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좋겠구먼.
두 사람의 공감은 바로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붙었다.
물은 보글거리며 끓었고 커피를 타려고 했다.
잔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도기로 만든 잔이었고, 하나는 #텀블러였다.
- 탐즈는 무엇이 좋은가?
- 머든이 먼저 고르게?
- #허참.
- 허참 선생님은 돌아가셨네. 내가 참 좋아하던 분인데.... 나는 그분이 #전국노래자랑을 이어서 할 거라고 생각했다네. 그런데 그렇지 못했지. 그분도 생전에 전국노래자랑을 이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말씀하셨지.
- 그렇군. #송해 선생님이 너무 잘하셨어. 어디 그분만 한 사람이 있어야지. 키가 작은 분이 입담이 그렇게 클 수가 있나 싶더라고. 말을 잘한다는 건 그 사람을 얼마나 따스하게 감싸는가 이불의 크기 같아. 키가 크면 뭐 하나 마음이 작은데. 안 그런가?
- 나는 키 크고 따뜻한 사람이 좋다네
- 음. 그렇군. 그건, 그렇지. 나도 공감이 가네
- 그런데 지금은 누가 사회를 보나?
- #하훼탈일세.
- 하훼탈?
- 그 눈이 반달처럼 웃는 키 큰 남자 있지 않나?
- 허참은 아니군.
- 좀 전에 돌아가셨다고 우리말 했네.
- 그래서 지금은 하훼탈이군.
- 웃자고 보는 프로네. 웃는 게 좋은 거지.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으니 잘 되겠지.
- 그런데 언제 잔을 고르나?
- 그렇군, 잔을 골라야 했어.
- 어떤 잔이 좋은가?
- 둘 다 좋네.
- 나는 그냥 잔이 좋네
- 그럼 자네가 먼저 잔을 고르고 내가 텀블러를 고르면 모두 좋은 거구만.
- 그렇군, 다행이네
밤의 벽에는 글귀가 쓰여 있는 액자가 있었다
너의 방은 몇 개니?
너는 어느 방에 있는 거니?
그리 방이 많아도 방은 결국 하나야
지금 여기가 나의 방이지.
머든이 말했다.
- 저 말을 보니 여기가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 그러게. 나도 괜히 그런 생각이 드네
- 왜 그런 괜히 들었나?
- 자네가 여기가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서 그랬네.
- 음, 뭐 그럴 수도 있겠군. 넘어가세.
- 그런데 여기서 뭐를 해야 하는 걸까?
탐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음. 우선...
- 우선? (머든이 탐즈를 본다.)
- 우선, 커피 한 잔 해야겠네.
- 음, 그 우선 마음에 드네.....
- 아까부터 말했네. 커피 마시자고...
- 그런가? 기억은 없지만 그런 걸로 하세.
- 그렇지! 중요한 게 아닌데 따져서 뭐 하겠나.
커피물을 끓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