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일 - 시와 글
그대 오시는 길목에
봄바람이 먼저 닿고
내 마음은 나직이 꽃그늘 되어
휘휘 타오르네.
가는 길 외롭다 해도
오는 길 늘 고운 것이니
새벽 풀잎 머금은 이슬처럼
맑아지려는 마음이라.
산 넘어, 물 건너
그대 오는 그 길이
멀고도 험할지라도
내 기다림은 별빛처럼
밤마다 빛나리니.
그대여, 오소서.
그대 발자욱마다 꽃이 피고
바람조차 머물다 갈
그 기다림의 끝에서
내 마음은 여전히 봄이겠소.
- 기다림 -
사랑을 기다리던 날이 있었다.
그러다가 그 사랑을 만났다.
사랑을 사랑하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사랑이 사람이 될 때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려니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러려니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과 사람이 만나
사람과 사랑이 동일시될 때부터
기다림을 알게 된다.
사랑은 만났을 때는 알지 못한다.
나는 이별을 기다린다.
잠깐 떨어져 그 사랑을 바라보면
내가 얼마나 멀리서도 그를 볼 수 있는지
때로는 그걸 보고 싶었다.
잠깐 떨어져 내가 얼마나 빠져 있는지를 보는
설레이는 기다림을 나는 기다렸다.
미소 짓는 기다림만큼
달콤한 사랑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