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잊는다.
7번의 망각. 7번 잊으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
우리는 잊으며 기억하고, 기억하기 위해 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한다. 이런 사랑은 축복이며 행복이며 그리움이다. 짜릿하게 아름답고 찌릿하게 아프다. 그 사랑은 깊게 새겨지고, 선명하게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여러 번 잊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었다. 잊음으로 기억하고 기억으로 잊었다. 썼다가 지워지고 지워진 곳에 다시 쓰면서 더 깊어지고 짙어지고 선명해졌다.
왜 하필 7번일까? 상징적인 7이라는 숫자는 인간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일주일이 7일로 구성된 것처럼, 일곱 번의 시간은 완결성과 성숙을 의미한다. 성경에서도 7은 신성한 숫자로 여겨지며, 불교에서는 깨달음의 7단계를 말한다. 또한, 무언가를 익히거나 완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7번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랑을 잊는 과정도 7번의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7번의 망각으로 기억을 완성한다. 1번도 잊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은 아직 영원한 기억이 아니다.
( 숫자'7'에 대한 설명 )
성경에서 7이 신성한 숫자인 이유는 성경에서 7은 신의 완전성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숫자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는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7일째에 안식하셨다. 이는 7이 완성을 의미하는 숫자임을 나타낸다. 또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보면 홍수가 일어나기 전 7일 동안 기다렸고, 요한계시록에서도 7개의 봉인, 7개의 나팔, 7개의 대접이 등장하여 7이 중요한 신성한 주기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의 조화와 영원한 순환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깨달음의 7단계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 일곱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를 ‘7 각지(七覺支)’라 하며, 완전한 지혜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염(念, Sati) – 바른 마음가짐과 지속적인 집중.
택법(擇法, Dhammavicaya) – 진리를 분별하고 바른 가르침을 따르는 지혜.
정진(精進, Viriya) – 꾸준히 수행하고 노력하는 힘.
희(喜, Pīti) – 수행에서 얻는 기쁨과 만족.
경안(輕安, Passaddhi) –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는 상태.
삼매(三昧, Samādhi) – 깊은 집중 상태.
평정(捨, Upekkhā) –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평온을 유지하는 경지.
이 7단계를 거쳐야만 완전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7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변화와 완성, 그리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상징하는 숫자다.
어릴 적 좋아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게 다시 찾아올 때 더 깊어진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사랑했던 여자를 잊으려 애썼다. 사진을 지우고, 함께했던 공간을 피하고, 그녀의 흔적을 하나씩 지웠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날, 오래된 서점을 걷다가 그녀가 추천해 줬던 책을 발견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녀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지만, 사실 그녀는 잊힌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롭게 쓰이고 있었다.
첫 번째 망각은 부정이다. ‘아니야,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사랑의 흔적을 붙잡으려 한다. 두 사람이 함께 걷던 길, 손끝이 스쳤던 순간, 함께 웃었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결국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사랑은 끝났고, 우리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
두 번째 망각은 회피다.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 핸드폰 속 사진을 삭제하고, 편지를 태우고, 함께 듣던 노래를 끄고,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고집스러워서 지운다 한들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자리 잡는다.
세 번째 망각은 타협이다. ‘그래, 좋은 추억이었어.’ 이제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떠올리며 울지 않는다. 지나간 사랑을 미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운 감정을 품기도 한다. 사랑이 완전히 떠난 건 아니지만, 감정이 점점 옅어진다.
네 번째 망각은 일상이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하루 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생겼다는 것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새로운 취미를 가지며 조금씩 사랑의 흔적이 옅어진다. 그렇게 무심코 떠올릴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아프지는 않다.
다섯 번째 망각은 재회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 혹은 SNS에서 그 사람의 소식을 듣는다. 심장이 뛰지만, 예전과 같지는 않다. ‘그때 우린 참 좋았지.’ 이제는 미련보다는 따뜻한 감정이 남아 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알 수 없는 씁쓸함이 스며든다.
여섯 번째 망각은 용서다. 그 사람을, 그리고 나를 용서하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서로에게 부족한 점이 많았고, 상처를 주고받았지만, 그 또한 우리 인생의 일부였음을 인정한다. 더 이상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고맙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망각. 그 순간, 그 사랑은 더 이상 상처가 아니다. 완전히 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잊히지 않았다. 단지 내 안에 자리 잡았을 뿐. 이제는 마주해도 담담할 수 있고, 예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영원히 살아간다.
“기억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쓰는 것이다.”
이제는 미련 없이 그 사랑을 가슴속에 담아둔다. 사랑은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우리는 일곱 번을 잊었고, 그 사랑은 이제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사랑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는 것이다." - 김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