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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익숙함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대해서.

by 글하루

"낯섦은 긴장하게 하지만 성장하게 만들고, 익숙함은 편안하게 하지만 때로는 멈추게 한다. 인생은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여행이다."


어느 날, 거리를 걷다 문득 바람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변화의 순간은 같아도 다르고, 달라도 같은 틈에 놓여 있다. 공기는 차갑지만 숨어 있는 온기 속에 변화는 숨어 있다. 겨울의 매서운 기운이 가셨고, 봄의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순간 어딘가 낯설었다. 아직 겨울인데 이제 겨울이 아니다.


익숙한 길을 걸으면서도 발걸음이 낯선 이유는 무엇일까. 계절이 바뀌면 우리의 감정도 변한다. 봄은 들뜨지만 왠지 모르게 여전히 움츠리고, 여름은 설레지만 가끔 숨이 벅차다. 가을은 차분하지만 왠지 쓸쓸하고, 겨울은 포근하지만 종종 외롭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계절이 주는 감정의 결은 늘 다르다.


낯섦과 익숙함은 늘 공존한다. 찻잔에 남은 온기가 익숙하고, 손끝에 닿는 바람이 낯설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에 따라 낯설어지고,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우리가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느끼는 이 묘한 감정은 어쩌면 삶의 리듬과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한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일은 한 편의 책을 덮고 다음 장을 여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 앞에서 우리는 늘 설레고 망설인다.


봄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마치 알람이 울린 듯 몸을 일으키고 기대한다. 길가에 피어나는 개나리와 벚꽃을 사진으로 남기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 속에는 어딘가 낯선 기운도 섞여 있다. 겨우내 움츠러든 몸과 마음이 다시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는 순간, 우리는 잠시 당황한다.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펼쳤을 때의 기분과도 같다. 추억이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어색한 느낌. 하지만 여전히 첫사랑은 뜨겁다.


그러나 망설임이 있다고 해서 발걸음을 멈출 필요는 없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태도다. 낯설다고 주저하지 않고, 익숙하다고 안주하지 않는 것. 그렇게 변화 속에서 균형을 찾을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계절을 온전히 맞이하는 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사소한 행동 속에 있다. 옷장 속에 묵혀둔 가벼운 옷을 꺼내 입어보고, 겨울 내내 마셨던 뜨거운 차 대신 상큼한 레몬티를 마셔보는 것.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마시거나,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것도 방법이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 결국 계절도, 마음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낯선 공기를 들이마시면서도, 우리는 어느새 새로운 계절에 스며들어 있다. 대단한 변화를 위해 오늘 작게 느끼는 변화면 충분하다.


"모든 변화는 처음엔 낯설지만, 결국 우리의 일부가 된다."


새 계절이 왔다. 어제와 다른 공기를 느끼며, 오늘을 살아간다.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계절을 허락해야겠다. 어색하더라도, 낯설더라도, 다가오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마땅히 서는 것. 인생은 이런 것이다.


"변화는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삶은 멈춰버릴 것이다."

- 벤저민 디즈레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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