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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137일 -

by 글하루

하루살이


살다가 살다가 살아지는 날이 있다지요

살다가 살다가 살아가는 날이 있다지요

오늘은 살다가 살다가 살아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한 줌 재가 되어 버리고

오늘은 타고 있으며

내일을 높게 쌓아 놓고는

시간의 모닥불 앞에서

나는 줄어드는 세월 앞에서 쪼그라들다가

어느덧 온기 앞에 두 눈을 사르르 감고 맙니다.


어제는 오늘을 너무나 기대했는데

그 오늘은 너무도 허무하게 타 버렸습니다.


그리 많은 결심 속에서 맞이한 오늘은

무엇이 그리도 쉬지 않고 나를 지나가는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이

가득 차 있으나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시간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간 때문에

내 존재는 허무하게 존재합니다.


옆을 돌아보니 저 사람도 나처럼 그랬을까요

나를 보고는 꿈뻑이며 꿈뻑이면 꿈벅이고 있습니다.

나는 지나가듯 꿈뻑이며 눈을 돌렸습니다.


매일 똑같은 날들이 지나갑니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떻게 어제 같은 오늘을

살까도 고민합니다.


매일 태어나는 것

그래 나는 매일 태어납니다.

어제처럼 똑같은 날이 아니고

새롭게 태어난 날입니다.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게

얼마나 슬프면서 기쁜 것일까요

기쁜 어제에서는 슬플 것이며

슬픈 어제에서는 기쁠 것입니다.


어제 같은 삶을 또 살아야 한다는 슬픔보다는

어제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선택하였습니다.


만날 수가 없으나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 하루입니다.

잡을 수 없으나 잡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 시간입니다.


만날 수가 없다지만

매일 만나는 시간 앞에서

나는 오늘도 보내며 만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했지만

끊이지 않기에 모두 가질 수 있었던 시간 안에서

나는 만나며 이별하고 있습니다.


하루살이는 이렇게

인생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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