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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시집가는 날

- 144일 - 내 하루가 시이고 내 인생이 시집이길...

by 글하루

- 시집이 시집가는 날 -


아마도 처음

설레임, 떨림, 기대와 걱정

무언가의 처음은 늘 새로운 시작

나의 시집이 누군가의 마음에 시집간다


고이 적은 내 마음을 한줄한줄 보내나니

따스한 당신의 품에서 어여쁜 시 한 줄로 잘 살기를

그리고 당신도 그 안에서 소소히 행복하기를


시집이 시집가는 날

잠 못 자고 잠 설치고

이내 날은 밝고 결국 울고 말았다


사랑을 보낸다는 건 나보다는 너

나의 기쁨을 넘어선 너의 행복에

기꺼이 웃음 짓는 것


잘 살렴

누군가의 가슴에서

꽃으로 다시 피고 별같이 반짝이렴


그러면 너의 행복에 나도 행복할 테니

내 마음이 당신에게 시집가는 날




시집이 시집간다는 말이 좋다.

시집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읽히는 것은

시집이 그 사람의 마음에 시집가는 것이지 않을까!

시집가는 새색시의 마음이 시집을 세상으로 보내는 내 마음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 시집간 내 시집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새신랑이 새색시를 이뻐하듯 내 시에서 꽃을 보고 별을 보았으면 좋겠다.

둘이 첫날밤에 눈이 맞아서 황홀했으면 좋겠다.

첫눈에 빠져서 둘이 허우적거리고 평생 헤어 나오지 못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 잠시 머문 시간에 머물렀던 느낌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씨앗을 뿌리듯 남기고 시간 시간을 두고 곱씹어서

세상에 나온 시가 내게는 자식 같기만 하다.

담고 있던 것을 쏟아낸 것이 시인의 언어이다.


나의 시는 너무나 평범하다.

그리고 평범해서 특별하다. 모두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의 삶은 비슷하다.

그리고 모두의 삶은 특별하다. 개인의 손가락 지문처럼 똑같은 삶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이야기는 너무나 평범하면서 너무나 특별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의 시집을 건네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한 편의 시이고 삶이 시집이다.

서로에게 서로는 매일매일 시집을 시집보내고 있다.




* 시는 감정이 생각을 찾고, 생각이 말을 찾는 것이다.

- 로버트 프로스트 -


* 그림은 침묵의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 플루타르코스 -


* 시는 목구멍의 덩어리, 벗어난 느낌, 향수병, 사랑병으로 시작된다.

- 로버트 프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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